< 신차보다 비싼 포터·봉고 중고차 > ‘서민의 발’로 불리는 소형 상용차 포터, 봉고 가격이 신차 중고차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매매센터에 중고차가 줄지어 서 있다.  신경훈 기자
< 신차보다 비싼 포터·봉고 중고차 > ‘서민의 발’로 불리는 소형 상용차 포터, 봉고 가격이 신차 중고차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매매센터에 중고차가 줄지어 서 있다. 신경훈 기자
현대자동차·기아는 그동안 포터2, 봉고3 등 소형 상용차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생계형 트럭인 만큼 서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다. 포터2는 지난해 9만2218대 팔리며 국내 전체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자영업자가 많이 구입하는 차량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포터2의 연식변경 모델 가격을 30만원만 인상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올해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차종 불문…일제히 인상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2022년식 포터2는 최저 가격이 1804만원으로 정해졌다. 2021년식 최저 가격(1694만원)에 비해 110만원(6.5%) 인상됐다. 최저 가격이 1600만원대에서 1년 만에 1800만원대로 뛴 것이다. 봉고3 가격은 더 올랐다. 최저 1529만원에서 1674만원으로 145만원 오르며 두 자릿수 가까운 인상률(9.5%)을 기록했다. 앞서 현대차 싼타페, 기아 모하비 등 연식변경 모델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소형 상용차까지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번졌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포터2 일렉트릭은 기존 최저 4060만원에서 4190만원으로, 봉고3 EV는 4050만원에서 4185만원으로 각각 130만원, 135만원 인상됐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택 가능했던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원가 인상 부담을 흡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포터 중고 전기차, 500만원 웃돈 붙고…테슬라는 아예 '시가 판매'
포터2는 중고차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관계자는 “포터2 중고차는 원래 신차 대비 100만원 낮게 출발하는데, 지금은 신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포터2 중고 전기차는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신차보다 300만~500만원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갈수록 늦어지는 탓이다.

앞서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던 테슬라는 최근엔 아예 가격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시가’로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모델 X와 모델 S에 대해 “인도 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격 및 옵션이 확정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차량 출고가 계속 미뤄지자 ‘가격 미정’ 상태로 예약을 받고, 인도 때 최종 가격을 알리는 식이다.

원자재값 급등에 반도체 부족도 여전

차량 가격 인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등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평균 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약 4만5000달러로, 직전 1년간 약 12% 상승했다. 중고차 평균 가격은 작년 11월 2만9000달러로, 1년 만에 약 29% 올랐다.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본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통 소재인 열연강판 가격은 미국 중서부 기준 지난해 1월 대비 7월까지 149% 뛰었으며, 냉연강판 가격은 같은 기간 112% 치솟았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작년 10월까지 249% 급등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제때 차를 생산·판매하기 힘든 탓도 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14만9200대를 감산했다.

향후 출시될 차량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과 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맞물리며 신차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