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서 바로 제동"…자율주행 4~5단계 '리던던시' 기술 개발
제동장치는 바퀴에 힘을 가해 감속하거나 정차할 때 쓰는 장치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다. 제동장치는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발전을 거듭했다. 미래차 시대를 앞둔 최근에도 제동장치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부품업계 후발주자로 출발한 현대모비스는 2000년대 초반 전자식 제동시스템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외국업체가 독점하던 전자식 제동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부품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래차에 특화된 제동 신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식 통합 회생제동시스템(iMEB)’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산에 성공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차량이 멈출 때 운동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친환경차용으로 쓰이며 연비 향상의 핵심 장치다. 현대모비스의 iMEB는 이 회생제동 시스템을 하나의 전동식 장치로 통합했다. 잠김 방지 브레이크시스템(ABS),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등 같은 첨단 제동 기능도 한 번에 구현할 수 있다. 또 제동 응답성을 높여 제동거리를 단축하고 중량과 원가를 낮춰 연비를 개선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현대모비스는 개발 과정에서 해외 20건, 국내 8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부품업계 후발주자였던 현대모비스가 경쟁 업체에 비해 앞선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판단 덕이다. 현대모비스는 기획 단계부터 경쟁 기술을 따라가는 ‘캐치 업’ 전략을 쓰지 않았다. 대신 선도 기술을 단번에 확보하는 ‘점프 업’ 전략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빠른 시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차용 제동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벨4~5의 완전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리던던시 제동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리던던시 제동장치는 전기장치 고장, 외부 충격 등으로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비상제동장치를 자동으로 작동하는 이중화 설계 시스템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도 시스템이 비상상황을 스스로 대비해 안전을 확보한다. 차량이 운전의 주도권을 갖는 자율주행차에는 필수적인 장치로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모비스 리던던시 제동시스템은 전자식 제동장치 2개와 이를 제어하는 엔진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이뤄졌다. 몇몇 해외 업체가 이 시스템을 소형 버스에 장착한 사례는 있었지만 승용차나 SUV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렇게 축적한 제동장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센서 등 첨단 지능형 부품을 융합해 다양한 제동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전방충돌방지보조(FCA) 등 첨단 운전자지원 기술은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협조 제어하는 제동 기술이 꼭 필요하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선보인 후방긴급자동제동 기술도 이 중 하나다. 단거리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후방에서 갑작기 튀어나오는 보행자 등을 파악해 차량이 자동으로 멈춘다.

레이더 기반 자동제동 기술은 환경과 소음에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이다. 게다가 범퍼 안쪽에 장착할 수 있어 디자인에서도 초음파 센서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다. 이 때문에 고급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