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주민 노동 착취로 배터리 핵심 소재 코발트 채굴
中업체가 현지 코발트 광산 장악…"식민지 노예 같은 대우"

회사원 한모(41·서울 마포구) 씨는 최근 5천만 원대 전기차를 구매했다.

그동안 휘발유 차량을 이용했지만 앞으로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는 보도를 많이 접한 데다 지구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어 전기차로 갈아탔다.

[이슈 In] 전기차는 윤리적 소비?…당신이 몰랐던 코발트의 진실

한 씨는 "아직 충전소가 많이 없어 다소 불편하지만 기능이나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나의 선택이 지구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까지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 씨 같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전세계 전기차 수요가 올해 330만대에서 2040년 6천600만대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수요가 급증한 광물이 있다.

코발트다.

푸른 회색빛이 도는 금속 광물 코발트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다.

그런데 전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코발트 광산 채굴권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면서 '노예 노동'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DR콩고에 전세계 코발트 50% 매장…"中업체, 현지 주민 노동착취"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56달러에 불과한 아프리카의 빈국 DR콩고에는 전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50%가량이 매장돼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70%나 된다.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최근 수년 간 코발트 가격은 크게 올랐다.

1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현재 코발트 가격은 t당 6만1천200달러로 지난해 같은 때 3만1천995달러보다 91.3%나 급등했다.

주요 선진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발트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코발트에 대한 수요가 2050년까지 585%나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의장국인 영국은 2030년까지 휘발유·디젤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 시점을 2025년으로 정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초기부터 대(對)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해왔고,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코발트 최대 매장지인 DR콩고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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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DR콩고의 코발트 광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DR콩고 최대 코발트 광산 중 하나인 텐게 풍구루메 광산은 중국의 광물기업 몰리브덴이 지분의 80%를 소유하고 있다.

몰리브덴은 풍구루메 광산에 이어 최근 키산푸의 구리·코발트 매장지 지분 95%를 사들였다.

가디언은 그러나 중국 기업이 장악한 DR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 마치 식민지 시대의 노예노동을 방불케 하는 심각한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텐게 풍구르메 광산에서 일하는 피에르(가명)는 하루 3.5달러(약 4천100원)를 받고 일한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점심은 작은 롤빵 두 개와 주스 한 팩이 전부다.

적도를 관통하는 뙤약볕 아래서 종일 원석을 캐는 피에르는 "일하는 환경은 나쁘고 월급은 아주 적다"며 "아파서 하루라도 쉬면 이마저도 깎인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필요한 차세대 광물로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코발트를 얻기 위해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피에르는 정작 전기차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에게는 테슬라나 르노, 볼보 같은 세계적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이름도 딴 세상 일일 뿐이다.

주요 선진국이 '깨끗한 미래 산업'으로 치켜세우는 전기차의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시급 30펜스(약 48원)를 받고 코발트를 캘 뿐이다.

영국의 기업활동 감시 비영리기구(NGO)인 '개발의 권리와 책임'(RAID)은 이달 7일(현지시간) 발간한 87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DR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 식민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노동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RAID와 DR콩고 법률법률센터는 28개월에 걸쳐 DR콩고 내 5대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 130여 명을 인터뷰했다.

RAID의 안네케 판 부덴베르크 이사는 "코발트 채굴이 친환경적이라는 업계 주장과 달리 이 산업은 값싼 노동력과 수천 명 콩고인들의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자원부국 DR콩고, 식민지 시기엔 벨기에 착취에 시달려
지금은 현지 코발트 광산을 장악한 중국 업체의 노동 착취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자원 부국인 DR콩고에 대한 서구 열강의 착취는 뿌리가 깊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1835∼1909년)다.

벨기에 초대 국왕인 레오폴드 1세의 차남인 그는 1884년 개최된 베를린회의를 통해 오늘날 DR콩고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뒤 '콩고자유국'으로 이름을 고쳐 자신의 사유 영지화했다.

콩고자유국에 대한 레오폴드 2세의 식민 통치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때마침 유럽과 미국에서 규모가 커지던 자동차 산업에 주목한 레오폴드 2세는 콩고가 자동차 타이어 생산에 필수적인 고무나무 주산지란 사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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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콩고 주민들에게 하루 고무 채취량을 강제로 할당했으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목을 자르는 방식을 적용했다.

여자나 어린아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방식으로 손목 또는 발목이 잘리거나 살해당한 콩고 주민만 수백만 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레오폴드 2세의 잔인한 식민통치 방식은 당시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확보를 놓고 경쟁 관계였던 영국의 현지 파견 선교사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1909년에 발표한 '콩고의 범죄'(The Crime of the Congo)란 저서를 통해 "레오폴드가 식민지인 콩고에서 역사상 최대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벨기에의 폭압적 식민통치로 인한 피해가 워낙 컸던 터라 DR콩고는 1960년 독립한 뒤에도 정상적인 국가로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반복된 내전과 쿠데타에 시달렸다.

자동차 산업 확장기에 주요 고무 생산국이란 이유로 가혹한 식민 착취를 당했던 DR콩고가 최근에는 친환경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 최대 생산국이란 이유로 또다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으로서 DR콩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에 는 펠릭스 치세케디 DR콩고 대통령이 특별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DR콩고의 코발트 채굴산업을 중국이 장악하면서 국제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데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탄소제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 사슬에 가려진 아프리카의 노동착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네케 판 부덴베르크 이사는 가디언에 "코발트는 친환경 전환을 위해 필요한 핵심 광물이지만 수많은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더럽히는 노동착취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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