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뉴스1
서울 서초동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뉴스1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난에 다소 주춤했다.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반영된 품질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3분기에 매출액 28조8672억원, 영업이익 1조6067억원, 당기순이익 1조4869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 증가하고 영업익은 3138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은 5.6%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반영된 세타2 엔진 관련 품질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익 모두 감소했다. 증권가 전망치에도 다소 못 미쳤다. 매출은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27조8230억원보다 높았지만, 영업익은 전망치 1조6142억원을 밑돌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세타2 엔진 관련 품질비용 2조100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었다. 품질비용 반영 전 영업익은 이번 분기보다 약 1800억원 많은 1조7800억원 규모였다. 전 분기에 비하면 매출액은 4.8%, 영업익은 14.8% 줄어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며 "영업익은 판매 물량 감소와 비우호적 환율 영향을 받았지만, 판매 믹스 개선과 품질비용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3분기에 완성차 89만8906대를 판매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세계 각지 공장을 멈추는 등 생산 차질을 빚은 끝에 판매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한 15만4747대를 팔았고 해외에서는 6.8% 줄어든 74만4159대를 팔았다. 다만 제네시스, 전기차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효과로 매출액은 증가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일부 반도체 부품 공급난은 완화되겠지만, 전체적 공급부족 사태 여파가 지속되며 생산 정상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이 연말 또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 한 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기차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전사 역량을 동원한 부품 추가 물량 확보 지속 추진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감소 최소화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한 유동성 관리 중심의 경영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 등 E-GMP 기반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 판매 확대를 지속 추진해 전동화 리더십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투자자 신뢰 구축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수정 발표했다. 반도체 공급 차질 영향으로 2021년 판매 전망을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췄고, 자동차 부문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기존 14~15%에서 17~18% 상향했다. 영업이익률 목표 역시 기존 4~5%에서 4.5~5.5%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 계획은 대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 8조9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변경했다. 주주 환원은 연초 발표한 전년 동등 수준 이상의 배당 추진 목표를 유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