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방신 사장 "8단 변속기 장착한 트럭, 게임체인저…1t 전기차도 개발 중"
국내 중·대형 트럭업계 2위 타타대우상용차가 준중형 트럭 ‘더 쎈’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타타대우는 기세를 몰아 내년 1월 중·대형 트럭도 새로 선보이기로 했다. 김방신 타타대우 사장(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t 전기차도 개발하고 있다”며 “대형은 액화천연가스(LNG) 트럭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중형 트럭 시장 점유율 22%

타타대우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3~5t 준중형 트럭 더 쎈은 올 9월 시장 점유율이 22%에 달했다. 김 사장은 “준중형 트럭이 기존 라인업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말했다. 비결은 뛰어난 성능이다. 더 쎈은 유럽에서 검증된 ED45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ZF 8단 전자동 변속기와 풀에어 브레이크도 돋보인다. 기존 경쟁모델 적재중량보다 0.5t씩 증량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뛰어난 연비, 우수한 가속성,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하는 8단 전자동 변속기는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 타타대우는 올해부터 중형 트럭에도 8단 전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타타대우 중형 트럭은 올 상반기 총 1152대 판매됐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80% 증가한 규모다. 중형 트럭 ‘프리마’의 8단 전자동 변속기 점유율은 지난 1월 3%에서 7월 20%대로 올라섰다.

그 덕분에 타타대우 전체 판매량은 상반기 기준 작년보다 38% 증가했다. 김 사장은 “취임 미션이 턴어라운드였는데, 지금은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화물 트럭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실적 증가 요인이다.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덤프, 믹스 트럭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 그는 “주문이 증가하면서 주말 특근까지 시행하니 직원 사기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중·대형 트럭도 새로 출시

타타대우는 더 쎈에 이어 중형과 대형 트럭도 새로 내놓기로 했다. 내년 1월 공식 선보일 계획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또 신차를 출시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유럽 최고 회사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모든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투자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타대우의 간판 중·대형 트럭은 프리마다. 그러나 개발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신형 모델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는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100여 가지 불만을 모두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강도 높은 프레임으로 녹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최고 품질의 유럽산 시트를 장착하는 한편 클러스터도 승용차형으로 바꿨다. 모델 이름도 프리마 대신 트럭답게 강한 이름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타타대우는 친환경차와 관련한 1t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소형 트럭은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성능과 디자인의 1t 전기차를 개발해 2024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트럭은 친환경차로 양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대형 전기 트럭의 경우 짐칸의 절반을 배터리로 채워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차로 가야 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문제다. 타타대우가 디젤과 수소의 중간 단계로 LNG 트럭을 내놓은 이유다.

○“위기에서 벗어나 미래로”

김 사장은 내년 1월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그가 부임한 뒤 타타대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거 타타대우엔 품질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주문한 차를 언제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빗발친다. 새로운 차, 전기차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최근엔 고객의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 두 곳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 고객은 물론 직원에게도 따뜻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과거 회사가 존립 위기에 있을 땐 직원들이 생존을 걱정했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수출도 활로가 보이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중동 국가에서 발주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각종 광물 개발 수요가 큰 아프리카 국가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등 CIS 국가에는 더 쎈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부담이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고무 등 원자재 값이 급격히 올라 걱정이라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 그는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이 승용차에 기울어져 있다”며 “상용차와의 균형 발전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