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4조원을 들여 미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일본 도요타도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래 차 패권을 놓고 미국에서 한·일 대표 기업 간 전쟁이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생산 능력은 연 40GWh로, 고성능 전기차 약 6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두 회사는 내년 2분기 공장을 착공해 2024년 1분기부터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합작공장이 생산하는 배터리는 스텔란티스 계열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장착된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지난 1월 출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스텔란티스 수주 금액은 약 40조원으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수주 잔액 200조원을 넘어섰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투자하고 있는 합작 1·2공장 등을 더하면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15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도요타도 이날 미국에 10년간 34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배터리 생산·개발을 위해 전 세계에 135억달러(약 16조원)를 쏟아붓겠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도요타는 2025년부터 미국에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하이브리드카(HEV)에 탑재하기로 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와 일본 1위 완성차 기업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규모로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최근 SK온이 포드와 손잡고 10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도요타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약 8조80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에 한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