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아 신차털기 20회
현대차 캐스퍼 터보 인스퍼레이션 시승기

작은 차가 각광받기 어려운 시대다.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 가격도 예전 같지 않은데 그간 누리던 혜택마저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나섰다. 벌써 시장 반응이 심상찮다.

직접 타본 캐스퍼는 '똑똑한 막내'를 연상케 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제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승차인 풀옵션 터보(액티브) 모델은 100마력 출력으로 도로 위를 거침없이 달렸다. 주행 보조 기능 수준도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차 캐스퍼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현대차 캐스퍼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생각했던 것보단 크기가 컸다. 모닝과 전장·전폭이 같은데도 SUV 특유의 분위기 탓인지 더 크게 느껴진다. 보닛이 높은 점도 영향을 줬다. 캐스퍼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3595mm·1595mm·1575mm다. 아담한 여성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경차의 부실한 느낌도 없다.

시작 주행은 무난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시원하면서도 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선사했다. 브레이크 반응도 괜찮았다. 급제동 시 꽤 안정감 있는 제동력을 보여줬다.

힘은 충분했다. 고속 주행 시에도, 오르막도 모두 거뜬했다. 다만 저속에서 50~60km/h를 넘어설 때 '터보 랙'에 따른 걸림 현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고속도로 합류 구간 등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캐스퍼 터보 모델은 1.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4단 변속기 조합으로 굴러간다.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17.5kg·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절대 수치는 낮은 편이지만 차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승차감도 준수하다. 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이 주는 충격도 잘 걸러냈다.
현대차 캐스퍼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현대차 캐스퍼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문제는 하체 쪽이다. 엔진 떨림과 불안정함이 주행 시작 때부터 느껴졌다. 저속에서 더 잘 감지된다. 주행 시 노면 소음이 고스란히 올라오는 점도 문제다. 고속도로 주행 시에는 차 내에서 목소리 전달이 다소 방해를 받을 정도였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크루즈 컨트롤 기능(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별개)과 차선 유지 보조 등이 기본 적용된 점은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경차 최고 수준이라는 회사 측 설명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은 주행 피로도를 줄였다.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해 속도를 줄이는 한편 곡선 구간에서도 차선을 잘 유지해 줬다.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로 인해 속력이 시속 10km 아래로 떨어지면 기능이 꺼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만 기본 적용된다. 중간 단계인 모던 트림부터는 옵션으로 채택할 수 있게 돼 있다.
캐스퍼 터보 모델 전면. 사진=신현아 기자

캐스퍼 터보 모델 전면. 사진=신현아 기자

외관에서는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가 군데군데 있어 보는 맛이 있다.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시그니처'다. 메시 타입 그릴, 원형 인터쿨러 공기 흡입구도 역동적 인상을 준다.

메시 타입 그릴은 터보 모델의 외관적 특징이다. 일반 모델에는 파라메트릭 그릴이 들어간다.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되는 인터쿨러 흡입구는 터보 모델이라 적용된 것. 차가운 공기가 필요한 터보 엔진 특징 때문이다. 기본 모델에선 흡입구를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캐스퍼 터보 모델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현대차 캐스퍼 터보 모델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그릴 위 블랙 하이글로시 바와 양쪽 사각형 디자인 포인트는 마치 아이오닉5의 전면부를 떠올리게 한다. 보닛 쪽 굵직한 선과 굴곡은 완성도를 더하는 요소다. 후면은 파라메트릭 디자인 포인트가 적용됐다. 기본 모델이었다면 전면 파라메트릭 그릴과 통일성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후면 아래쪽에 달린 방향지시등 원형 램프가 도로 위 존재감을 살린다.
현대차 캐스퍼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현대차 캐스퍼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는 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를 제외하면, 플라스틱 소재 사용부터 단순한 구성까지 가격 절감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있을 건 다 있다. 클러스터는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표시돼 직관적이다. 대시 보드 쪽으로 자리를 옮긴 기어봉 위치는 살짝 애매하게 느껴졌다.

작은 차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엿보였다. 센터 콘솔을 없애고 그만큼의 1열 공간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운전석 포함 전 좌석 '풀폴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1열 센터 경계를 허물어 운전석과 조수석간 이동도 자유롭다.

특히 2열 공간감이 놀라웠다. 레그룸은 주먹 3개가 들어갈 정도로 널찍했다. 전고도 상당해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4인승 차량으로 옆 사람과 붙어 앉아야 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차박(차량+숙박)도 되겠지만 체구가 작은 2인 정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키 큰 사람은 사실상 차박하기 무리인 크기다. 트렁크 공간이 비좁아 차박에 필요할 정도의 짐을 실으려면 2열까지 써야 한다.

캐스퍼는 도심용 세컨드카나 입문용 차량으로 무난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차 치고는 비싼 가격은 다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캐스퍼 가격은 1385만~1870만원으로 모닝(1175만원)과 레이(1275만원)의 시작 가격에 비해 100만~200만원 더 높다. 풀옵션 시엔 2000만원 초반까지 뛴다.

그럼에도 사전계약이 몰리며 이미 내년 상반기 생산 물량까지 확보했을 정도로 인기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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