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2만432대가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올해 1~8월 2만432대가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수입차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복 소비 심리가 국산차보다 수입차에 몰리면서 고가의 억대 수입차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모양새다.

14일 카이즈데이터연구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 20만대를 돌파(20만3115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17만724대였다. 8개월 만에 수입차 20만대가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월평균 판매 대수도 2만5389대에 달해 이 추세대로라면 사상 첫 연간 30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인기 브랜드가 수입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억대 수입차 판매량 증가도 눈에 띈다. 1~8월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5만6094대를 팔았고 BMW는 30.0% 늘어난 4만7504대를 팔았다. 두 브랜드 판매량 합계는 10만3598대로 전체 판매량 20만3115대의 절반에 달했다.
BMW 뉴 5시리즈는 올해 1~8월 1만3618대가 팔렸다. 사진=BMW코리아
BMW 뉴 5시리즈는 올해 1~8월 1만3618대가 팔렸다. 사진=BMW코리아
이어 아우디(1만4780대) 테슬라(1만4082대) 폭스바겐(1만1003대) 등이 8월까지 '1만대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1만대는 메이저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볼보와 미니도 각각 9937대, 8013대를 기록하며 1만대 고지를 앞두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2만432대가 팔린 벤츠 E클래스다. BMW 5시리즈가 1만3618대로 2위를 기록했고 이후로는 테슬라 모델3(7172대), 아우디 A6(7098대), 테슬라 모델Y(6871대), 벤츠 S클래스(6820대), BMW 3시리즈(5454대) 순이었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량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 팔린 1억원 이상 수입차는 4만5042대에 달한다. 전년 동기(2만7212대) 대비 65.5%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4만3158대)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6.0%에서 올해 23.2%로 7.2%포인트 늘었다.

브랜드별로 포르쉐가 1~8월 6721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15.1% 판매량이 증가했고 람보르기니 29.5%(250대), 롤스로이스 51.9%(161대), 벤틀리 53.2%(308대)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판매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1~8월 전년 대비 51.9% 증가한 161대를 팔았다. 사진은 에르메스와 협업한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팬텀.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롤스로이스는 올해 1~8월 전년 대비 51.9% 증가한 161대를 팔았다. 사진은 에르메스와 협업한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팬텀.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수입차 시장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국산차가 수입차만큼 팔리지 않는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190만대 대비 3.5% 감소한 184만대 규모에 그칠 전망이다. 내수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5.8% 감소한 151만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 게 원인이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중견 3사의 내수 판매량은 수입 브랜드에도 뒤지고 있다. 올해 1~8월 한국GM은 전년 대비 20.7% 감소한 4만2791대를 팔아 벤츠(5만6094대), BMW(4만7504대)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 역시 전년 대비 43.2% 감소한 3만8402대, 쌍용차도 전년 대비 31.7% 줄어든 3만7138대 판매에 그쳤다.

KAMA는 올해 수입차 시장이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만대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7월 국산차 판매량은 6.8% 감소한 87만대, 수입차 판매량은 18.2% 증가한 19만대를 기록했는데 수입차의 경우 연말 프로모션 강화 등으로 판매를 늘리는 경향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보복소비 심리가 커져 고급차·대형차 수요가 늘었다"며 "세금감면 등을 노린 법인 수요도 적지 않기에 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는 30만대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