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구안은 마치 르노삼성차 XM3의 상위 버전 같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고려하면 구성이 알차다. 독보적인 주행 성능을 갖춘 것은 아니나 일상용으로 몰기 부족함은 없다. 유럽차만의 실용주의적 특색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 11일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을 몰아봤다. 이번 티구안은 2015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의 부분변경된 차로 폭스바겐의 수입차 대중화 전략을 가장 잘 나타낸다. 합리적인 가격과 충실한 기본기를 내세워 지난해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중 유일하게 연간 1만대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편의·안전사양 등 옵션은 추가됐지만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240만원 저렴하게 돌아온 만큼 소비자 진입장벽을 한층 더 낮출 전망이다.

멋 없어도 괜찮아…무난함·실용성으로 승부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신현아 기자
티구안은 '무난하다' '평범하다'로 요약된다. 눈에 띄는 단점은 없지만 특출나게 돋보이는 요소도 없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과한 기교 없이 차량 본질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 비춰져서다.

주행에서도 이 같은 무난한 특징은 그대로 이어진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모두 정직하게 반응한다. 원하는 만큼 나가고, 밟는 만큼 멈춘다. 다만 패밀리카 성격이 짙고, 달리는 차는 아니기에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맛은 없다. 그렇다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준은 아니다. 특히 도심 주행에서 그렇다.

이 차에는 2.0L TDI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들어가 있다. 최고 출력은 150마력, 최고 출력은 36.7kg·m다. 기존 모델보다 토크가 2kg·m 정도 높아진 데다 낮은 RPM(분당회전수) 영역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만큼 차선 변경 등 도심 주행에서 가속이 필요할 때 제 기량을 톡톡히 발휘해냈다.
폭스바겐 티구안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측면. 사진=신현아 기자
듀얼 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붕뜨거나 거친 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핸들링의 경우에는 급히 틀어도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4륜구동 차량이었다면 움켜쥐는 특징이 더 잘 나타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차·주행 시 디젤차 특유의 엔진 소음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속도를 끌어올릴 때 소음이 더 잘 느껴진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약간 거슬릴 정도다. 엔진 떨림은 예상보다 준수했다.

1열 승차감은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충격이 꽤 전해졌다. 연비는 더 좋아졌다. 공인 복합연비는 15.6km/L다. 도심 주행에서는 14.0km/L, 정속 주행 시에는 L당 20km까지도 나온다.

신형 티구안 전 트림에 탑재된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은 물론 차선을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중앙에 유지해 줬다. 곡선 구간, 직선 구간에서도 크게 무리 없었다.

·외관 변화도 수두룩…세련돼진 인상

폭스바겐 티구안 후면. 사진=최혁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후면. 사진=최혁 기자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몇 가지 내·외관 변화가 포착됐다. 그릴 사이가 좀 더 넓어졌고, 보닛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안개등이 사라졌고, 전·후면 모두 램프가 조금 길어지면서 램프 내 디자인 변화가 이뤄졌다. 다이내믹 턴 시그널(프레스티지 기본)도 탑재돼 한층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머플러팁에도 변화를 줬다. 후면 티구안 레터링은 램프 왼쪽 아래에서 앰블럼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헤드램프는 프레스티지 트림에만 기본 적용되는 LED(발광다이오드) 매트릭스 램프가 적용됐다. 'IQ 라이트'로 불리는 이 램프는 지능형 램프다. 반대 차선에서 다가오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더 넓은 도로를 비춰 야간 운전 시 시야 확보를 용이하게 한다.

차체 크기도 달라졌다. 전폭과 축간거리(휠베이스)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전장이 소폭 길어졌고 전고는 낮아졌다. 신형 티구안 프레스티지 2륜구동 모델의 전장·전폭·전고는 4510mm·1840mm·1635mm다. 휠베이스는 2680mm다. 이전 모델은 4485mm·1840mm·1665mm의 차체를 갖췄었다.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도 평범하다. 그러나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해 놓은 덕에 주행할 땐 편리했다. 디스플레이는 9.2인치로 다소 작은 감이 있지만 위치가 그리 낮지 않아 보기에 불편함은 없다.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는 10.25인치 계기판도 시선 분산을 막아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다만 설계 부츠형 기어노브를 채택해 다소 예스러운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기존 다이얼식이었던 공조장치가 터치식으로 변경되는 등 디지털화의 흔적은 엿보인다. 계기판도 디지털 콕 핏으로 바뀌었다. 음성 인식 시스템, 제스처 컨트롤을 통한 기능·디스플레이 조작 시스템도 탑재됐지만 그다지 잘 작동되는 편은 아니다.

별도의 케이블 연결 없이도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무선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통풍시트가 없다는 점만 빼면 대부분 웬만한 편의·안전 사양이 들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열선시트는 포함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360도 서라운드뷰, 발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는 '트렁크 이지 오픈 앤 클로즈'도 탑재됐다.

시승차인 프레스티지 2륜구동 모델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기준 4380만원부터 시작된다. 기존보다 240만원 저렴해진 가격이다. 폭스바겐 금융프로그램 5% 적용 시 4100만원대로 판매된다. 한 급 아래인 프리미엄 기본 모델은 4005만원, 5% 적용 시 3802만원으로 구매 가능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