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기아 사옥. 사진=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기아 사옥. 사진=기아
기아 노사가 파업 여부를 정할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앞두고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진행한다. '10년 연속 파업' 여부가 걸렸다. 기아 노조가 현대차 이상 수준의 사측 제시안을 원해 원만하게 타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아 노사는 19일 오후 2시부터 11차 교섭을 갖는다. 지난 12일 9차, 17일 10차 교섭에서는 사측이 △기본급 월 7만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재래상품권 10만원 등의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거부하며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제공 △월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기본급 인상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정년 연장(최대 만 65세)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별도 요구안으로 △미래 고용안정을 위한 투자방안 △전기차 전용 라인 △해외투자 철회 및 국내공장 투자 등도 요구했다.

파업권은 이미 확보했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고 지난 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선 전체 조합원 2만8527명 중 과반인 2만109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따라서 기아 노조는 언제든 합법적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 모습. 사진=뉴스1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 모습. 사진=뉴스1
기아 노조는 오는 23일 3차 쟁대위를 열어 파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쟁대위에서 전면 또는 부분 파업이 결정된다면 기아는 10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된다. 기아 노조는 2012년부터 매년 파업을 반복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4주에 걸친 부분 파업으로 4만7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때문에 이날 11차 교섭의 중요성이 크다. 임단협 타결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로 끝나면 파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탓이다. 다만 노조에서 현대차 수준 이상의 합의안을 바라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지난해 59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영업익도 2조5630억원으로 연간 목표치 3조5000억원을 이미 73% 이상 달성했다"며 "직원들 파업 찬성률이 높은 데다 현대차보다 인당 영업이익이나 성장성 모두 높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제시안에 쉽게 만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치지 못한 르노삼성차도 이날 여름휴가를 마친 노사가 재교섭에 나선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26일 11차 본협상까지 진행했지만 양측 이견에 정회를 결정한 바 있다. 쟁점은 기본급 인상이다.

지난해 7월 2020년 임단협을 시작한 르노삼성 노조는 △월 7만1687원(호봉승급분 제외) 기본급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일시금 8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지만, 르노삼성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2018년부터 4년째 동결된 기본급을 이번 임단협에서 인상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이 크지만, 르노삼성이 파업을 재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은 내수 실적이 감소하고 별다른 신차도 없어 사실상 XM3 수출에 목숨줄이 걸렸다. XM3의 유럽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7월까지 수출 물량은 2만5169대에 달했다. 지난달 수출 물량 역시 4863대로 내수 전체 판매량인 4958대에 맞먹는다.

만약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 XM3는 '제2의 닛산 로그'가 될 수 있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 연 10만대 규모 닛산 로그 생산을 맡겼다가 잦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심해지자 생산 물량을 조기 회수한 바 있다. 그 여파로 르노삼성은 생산량의 절반을 잃고 1교대 전환, 대규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르노삼성의 신차 배정 요구를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가 그 자리에서 거절할 정도로 그룹 내 르노삼성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며 "신차도 없는 상황에서 닛산 로그를 조기 단종시켰듯 XM3 생산공장도 언제든 이전할 수 있다. 당장은 노사 모두 그룹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