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별 또는 합작으로 수조원씩 투입,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錢)의 전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유럽에만 배터리공장 38개 건설중…그야말로 '錢의 전쟁'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유럽 전역에서만 38개의 배터리 공장이 착공했거나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중이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1위인 중국 CATL은 독일 에어푸르트에 18억유로를 들여 60GWh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5억유로를 투자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65GWh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성차 업체 중에선 테슬라가 독일에 58억유로를 들여 100GWh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의 환경단체 T&E에 따르면 38개 배터리 공장 중 17곳이 자금을 확보했으며 규모는 총 300억달러에 달한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스웨덴 노스볼트,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업체별 배터리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본격적인 가격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지난해 기준 ㎾h당 137달러 수준인데, 이를 ‘반값’인 60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다. 각 업체는 생산량을 대폭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경쟁사보다 빨리 가격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04억달러에서 2030년 3047억달러로 앞으로 10년간 열 배 성장할 전망이다.

고효율 배터리 개발을 위한 신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최근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보다 쉽고 싸게 조달할 수 있는 나트륨을 핵심 소재로 사용한다. 국내 업계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등 기술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20조1000억원, 설비투자에 20조5000억원 등 총 40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