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4시리즈. BMW코리아
BMW 뉴 4시리즈. BMW코리아
BMW 4시리즈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뉴 4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채택한 디자인으로 흥행을 노렸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평가다. BMW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어났지만 4시리즈는 나홀로 부진에 빠졌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BMW 4시리즈 판매량은 748대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36대, 2월 67대, 3월 124대, 4월 118대, 5월 161대, 6월 242대 팔렸다. 상반기 전체 BMW 판매량(3만6261대)의 2% 수준에 불과하다.

BMW 인기 시리즈인 5·3시리즈와 비교하면 판매량은 더 참혹하다. 올해 1~6월 5시리즈 누적 판매 대수는 1만998대, 3시리즈는 4389대로 각각 전체 약 30%,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은 파격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뉴 4시리즈'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뉴 4시리즈' 판매량은 622대로 집계됐다.

뉴 4시리즈는 2013년 1세대 4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2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국내에는 올 2월 공식 출시됐다. 현재 뉴 420i 쿠페, 뉴 420i 컨버터블, 뉴 M440i x드라이브 3개 모델만 국내 들어온 상태다. 뉴 M440i x드라이브 컨버터블과 그란 쿠페 모델은 이르면 하반기 출시된다.

BMW가 야심차게 선보인 모델이지만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새롭게 적용한 '수직형 키드니 그릴' 때문. 수직형 그릴은 1936년 출시된 329, 1939년 출시된 328 모델에 적용됐다. 이후에도 수직형 그릴을 활용한 시도가 있었으나 양산차에는 오랜 기간 적용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가로로 길게 뻗은 수직형 키드니 그릴이 대세였고 BMW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BMW 뉴 4시리즈 뒷모습. BMW코리아
BMW 뉴 4시리즈 뒷모습. BMW코리아
이번 4시리즈는 그간 고수해온 수평형 키드니 그릴을 버린 BMW의 과감한 시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 반응은 싸늘했다. '돼지코' 등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위화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BMW 4시리즈의 외형 디자인은 한국인 임승모 디자이너가 맡았다. 임 디자이너는 올 초 이 같은 혹평에 대해 "수평형 그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수직형 그릴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익숙함을 비트는 게 디자인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4시리즈는 '3시리즈의 쿠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로 다른 부품을 썼지만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한눈에 봐도 구별되는 디자인을 만들려 했다"고 부연했다.

"독특하다"거나 "실제로 보면 웅장하고 멋지다"는 평도 있었지만 판매량에는 부정적 시장 반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 4시리즈의 출시 첫 달(2월) 판매량은 41대에 그쳤다. 이후 판매량은 3월 84대, 4월 106대, 5월 153대, 6월 209대 등으로 조금씩 늘었지만 절대 수치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초반 판매량의 경우 신차 효과가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뉴 420 쿠페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5940만원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과감한 디자인에 따른 수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물량을 5시리즈 등 인기 차종 중심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고, 판매량도 이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