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 이슈

전기차 보급 늘어가는데
결함 발생 가능성 '여전'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전기차 급발진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에서 급발진 의심 사례가 보고되면서다.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문제는 제조사들이 짚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닉EV, 테슬라 등 끊이지 않는 급발진 의심 사례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북 익산에서 아이오닉 EV의 급발진으로 주장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6개월째 간헐적으로 급발진 의심 증상을 겪었다는 피해 차주는 최근 30~40km/h으로 서행 중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90km/h까지 가속되는 현상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차주는 차량 점검을 받았지만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이 원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브레이크가 원만히 작동됐다는 점,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은 점 등을 미뤄 '급발진'보다는 '이상 반응'에 가깝다고 봤다. 다만 급발진이든 이상 반응이든 차량이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나는 현상은 치명적 결함에 해당한다.

급발진 증상은 테슬라도 국내외에서 수차례 겪었던 일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벽면 충돌 후 화재로 인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윤모 변호사가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 사망자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인이라 더 주목받은 이 사건의 운전자는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라는 경찰 조사에도 당시 차량이 통제가 안됐다며 급발진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앞서 2017년 미국에서 배우 손지창도 주차 중 차량이 차고를 향해 돌진했던 사고에 대해 급발진이라며 테슬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기차 급발진 가능성 희박?…"노이즈 끼면 얘기 달라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는 급발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은 공기 압력을 이용해 출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엔진 내에서 공기량이 잘못 조절될 경우 출력이 과하게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엔진이 없고 배터리 힘으로 전기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전기차는 급발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전기차가 수많은 전장 장비들로 뒤얽힌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같은 장비들에서 뿜어 나오는 전자기파는 급발진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노이즈로 꼽힌다. 전기차 급발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이오닉EV에서 발생한 이상 증상도 블랙박스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직접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즘 전기차는 모두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데 모터 역시 마찬가지"라며 "전기 신호는 외부 노이즈에 예민하다. 노이즈를 전기 신호로 잘못 인지하고 차량이 급발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터 힘을 그대로 받아 급가속하는 경향이 큰 전기차 특성에 따른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급발진 의혹을 주장해도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로 결론 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다. 최근 잇따라 출시된 전용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기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내외다. 운전이 서투를 경우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이오닉EV 차주는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별 반응이 없자 페달에서 발을 뗐는데 그 순간 속도가 90km/h까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늘어나는데 사고 가능성 여전
문제는 전기차 보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사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9년과 비교해 50%나 늘었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 대수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는 전 세계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에는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조사들은 '페일 세이프 시스템(일부 장치에서 결함이 발생해도 이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을 적용하는 등 차량 내 안전 장치 개발을 통해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부 노이즈를 100% 잡는 것은 불가능해 기술을 통해 문제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번 아이오닉EV 급발진 현상이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페일 세이프 시스템 작동 덕분이라는 설명.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는 전기 신호의 노이즈가 발생할 경우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