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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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니발의 파죽지세가 무섭다. 현대차 스타리아(옛 스타렉스), 도요타 시에나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카니발은 국내 다목적차량(MPV) 시장 점유율 80%를 넘기며 질주하고 있다.

경쟁모델 있나요?…카니발, MPV 시장 81%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니밴 등 MPV 내수 판매량 3만9636대 가운데 카니발 판매가 3만2386대로 81%를 차지했다.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대수 3만대를 넘긴 카니발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그랜저(3만5545대)에 이어 판매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스타리아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등이 미니밴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카니발의 아성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가격, 성능 등 측면에서 경쟁 상대로 꼽힌 현대차 스타리아도 아직까지 카니발에 견줄 만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시 한 달 정도 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판매량은 기대 이하다. 지난달 15일 출시한 스타리아의 현재 출고량은 2000대 내외로 알려졌다.

카니발의 경우 지난해 8월 출시 첫 달 5622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다음달(2020년 9월)에는 기세를 더 올려 1만대 판매량을 돌파, 기아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카니발은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8000대 이상 팔려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스타리아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출고까지 지연되고 있다. 또 최근 2열 '파노라믹 윈도우' 깨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판매량에 타격을 입게 됐다. 미래지향적 디자인 등 기존 승합차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물차 분위기를 풍기는 점도 걸림돌이란 분석이다.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 사진=도요타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 사진=도요타
수입차 중에서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가 지난달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6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요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앞세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국내 MP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시에나 출시 첫 달 판매량이 145대에 그쳤다. 패밀리카보다는 편의사양이 대거 탑재된 의전용 차량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이마저도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돼 있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혼다 오딧세이 역시 5000만원 후반대로 3000만~4000만대인 카니발에 비하면 비싸다. 지난 1~4월 오딧세이 누적 판매량은 179대로 절대적 수치는 저조하다. 오딧세이, 시에나,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등 국내 수입차 미니밴 판매량은 모두 343대다. 전체 미니밴 시장 점유율은 0.8% 수준에 그쳤다.

카니발, 그간 MPV 시장 부진 깨고 '훨훨'

미니밴 시장은 그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2000년대 초 연간 판매량이 30만대를 웃돌기도 했지만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승용 모델이 다양화되면서 한동안 자동차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2010년에는 판매량이 5만대 선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 사이 시장 선택지는 계속 사라졌고, MPV도 자체 경쟁력을 점점 잃어갔다. 그러다 2015년 3세대 카니발 출시로 침체기를 깨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해 연간 판매량이 2003년 이후 10만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MPV 시장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적재공간이 넉넉하면서도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미니밴의 특성이 최근 차박(차+숙박)·캠핑 열풍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MPV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87.2% 성장했다. 지난해 8월 4세대 모델로 돌아온 카니발 영향이 컸다.

카니발은 출시 다음 달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지난 4월까지 8개월 연속 기아 국내 시장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기아 카니발은 다음 달 발표될 5월 판매 실적에서도 기아 내수 판매 1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대형 세단 K8이 유력한 1위 후보로 떠오르지만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에 출고가 적체돼 있다.

일각에선 신차 효과가 지속되는 미니밴 시장이 올해 연간 10만대 판매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니발은 이변이 없다면 5월 판매도 기아 내수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오딧세이, 시에나 등 시장에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카니발을 주축으로 미니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다양화 측면에서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