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능력 발휘하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동적인 주행과 안락한 감각, 효율까지 모두 잡아

캠리는 토요타를 대표하는 자부심과 같은 차다. 수 십 년간 볼륨 세단으로서 자리를 잡아왔고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이벌 중형 세단이 강하게 공격해도 캠리는 오랜 시간 다져온 노하우와 헤리티지로 신뢰를 쌓으며 흔들림 없이 방어전을 치렀다.

한국토요타에 있어서도 캠리는 잊지 못할 자동차 중 하나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국내 최대 판매기록을 새로 쓴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선보인 지 한 달밖에 안된 시점에 계약대수 2,000대를 돌파해 4개월치 판매 목표량을 넘어섰다. 이후 추가 1,000대를 더해 총 3,000대 이상의 누적계약을 확보한 바 있다. 그 결과 다음해 1분기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으며 대기 기간도 3개월은 족히 걸렸다. 심지어 회사 측은 800명을 별도로 초정해 영화관람 및 경품행사를 진행하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그만큼 캠리는 토요타에 있어서 효자 차종이며 주력해야 할 무기이기도 하다. 이런 캠리가 지난 18일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만 찾아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인 게 특징. 새 차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키를 건네 받아 240㎞에 이르는 거리를 주행했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XSE 트림이다. 토요타의 자랑거리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친환경차이며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 조금 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갈 길이 멀어 차는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에는 '레디'라는 문구가 뜨며 출발 신호를 알렸다. 차는 하이브리드 특징에 맞춰 고요하고 부드럽게 나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낮은 속도에서는 좀처럼 엔진 개입이 되지 않았다. 최대한 전기모터와 축적된 배터리로만 굴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엔진이 힘을 더하는 순간은 중고속으로 넘어가면서부터다. 2.5ℓ 다이나믹 포스 엔진은 뛰어난 동력성능과 열효율을 가졌다.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더해 시스템 최고출력 211마력을 발휘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그 차이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특히 빨라진 응답성이 일품이다.

실제로 토요타는 일자형 흡기 포트와 멀티홀 직분사 인젝터를 적용해 고속연소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기모터에 의해 제어되는 흡기축 가변밸브타이밍을 통해 반응성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발휘하는지 볼 수는 없지만 스로틀을 여는 순간에 맞춰 차의 반응이 민첩해졌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 수 있다.

덕분에 스트레스 없는 가속을 자랑하며 힘이 부족하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은 어디에도 받을 수 없었다. 긍정적인 파워트레인과 함께 탄탄한 섀시는 운전하는 내내 깊은 감동을 줬다. 8세대 캠리에는 저중심 패키지의 TNGA 플랫폼이 기본이다. 파워 컨트롤 유닛,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 등을 낮게 설계하고 중심고를 낮춘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차의 좌우 흔들림을 줄여주고 승차감과 고속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프론트 부분의 경량화를 통해 전후 무게중심도 안정적으로 배분했으며 가속, 감속 시에 더욱 경쾌한 핸들링과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 코너는 물론 굽이치는 국도가 연속으로 나타나도 차는 안정적으로 바닥에 바짝 붙어 돌아나갔다. 통통 튀거나 가볍게 뜨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시종일관 진중하게 도로를 읽고 안정적인 자세로 정복해나갈 뿐이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스티어링 휠이나 서스펜션은 무난하다. 중형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반응이다. 반면 제동감각은 차 급을 한 단계 넘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차가 갖고 있는 회생제동 시 이질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경쾌한 주행을 지속하니 어느덧 중간 반환점에 도착했다. 이 곳부터는 효율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이브리드차 잘 만들기로 소문난 토요타의 실력이 궁금해서다. 우선 에코모드로 바꾸고 도로 흐름에 맞춰서 연비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캠리 하이브리드 계기판에는 실시간 에너지 흐름도와 함께 스로틀 반응에 맞춰서 현재 주행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늘이 있다. 충전과 에코주행, 엔진 개입 등을 보기 쉽게 표현했는데 미세한 페달 반응에 따라 춤 추듯 움직인다.

이 외에 해당 모드에는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GC) 기능이 들어갔다.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은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후 차의 감속을 더디게 한다. 재발진 시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원하는 동력을 끌어낼 수 있어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운전 요령은 간단하다. 먼저 교통에 방해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속도를 올려 도로 위 차들과 흐름을 맞춘다. 이후 계기판 왼쪽 원을 보며 무조건 에코 범위 내에서 가속페달을 끊어 밟는다. 내리막길에서는 오로지 타력으로만 가고 시내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길게 밟아 충전량을 늘린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캠리 하이브리드에 들어간 시스템은 섬세하고 조금의 차이도 쉽게 컨트롤 가능하다. 그만큼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한다. 덕분에 마음먹고 연비 운전에 집중한다면 기대 이상의 숫자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반환점에서 리셋한 뒤 120㎞를 달려 처음 출발했던 곳까지 왔을 때 평균 효율은 ℓ당 35.7㎞를 기록했다. 약 17㎞/ℓ의 공식 효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물론 고속도로 공사 구간이 많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마지막에는 일정한 내리막길이 제법 길어 효율이 높아졌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긴 차체와 2.5ℓ에 달하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도 ℓ당 30㎞ 중반에 해당하는 숫자를 보여줬다는 건 정말 놀라웠다. 탈수록 돈 벌어다 주는 차이며 기름 냄새만 맡고 간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마치고 이제서야 차를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캠리는 부분변경 제품이지만 솔직히 크게 달라진 구석을 찾기 힘들다. 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XSE의 경우 전면 그릴과 좌우 그릴 패턴을 스포티하게 다듬었고 범퍼 양 옆에 공기 흡입구를 살짝 키웠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또 아래쪽에는 와이드한 크롬이 추가돼 전반적으로 역도적이면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뒤는 리어램프에 블랙 색상을 추가했고 범퍼 디자인을 일체형으로 변경해 심플하게 다듬었다. 스포크 타입의 살이 얇은 18인치 휠도 멋스럽다. 이 외에는 전부 기존과 동일하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사이드미러, 깊은 주름을 넣은 보닛, 파란색 토요타 로고 등도 전부 같다.

실내는 플로팅 타입의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연동 가능하며 클래리파이 기술을 담은 JBL 9 스피커 음향 시스템도 준비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꾸민 센터페시아와 감각적인 버튼 배치도 우아함을 더한다. 특히 각 버튼들을 누르고 돌리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고 매끄러워졌다. 저렴한 플라스틱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고급 감성을 주기 위해 분주히 노력했고 흔적이 보인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예방 안전 기술 패키지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도 알차게 넣었다. 먼저 차선이탈 경고(LDA) 기능을 높인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를 추가했다. 또 긴급제동보조시스템(PCS)은 교차로 긴급 제동과 긴급 조향 어시스트 기능을 더했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도 커브 감속 기능을 활용해 주행 편의와 안전성을 키웠다. XSE는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BSM)와 후측방 경고 시스템(RCTA)도 제공한다.

2열은 한 눈에 봐도 넓다. 성인 3명이 나란히 여유롭게 앉을 수 있는 충분한 레그룸도 확보했다. 또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이상적으로 설계하고 시트 쿠션의 폭과 길이에 여유를 둬서 착좌감이 좋다. 등받이 측면부에는 소프트한 쿠션을 적용해 타고 내릴 때 안락한 감각을 키운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USB 충전 포트, 팔걸이, 컵홀더 등 기본구성에만 충실했다. 트렁크는 수동이며 라이벌과 비슷한 사이즈를 갖췄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캠리는 38년동안 8번의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완벽에 가까운 중형 세단이 됐다. 세그먼트에서 요구하는 목적을 뿌리에 두고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과 기술을 과감하게 발휘했다. 그 중에서도 토요타의 강점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완성도가 절정에 이룬 모습이다.

아낄 때는 악착같이 아껴 친환경차의 혜택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달릴 때는 시원하게 질주하며 반전 매력을 드러낸다. 한마디로 패밀리카를 원하는 소비자와 스포티한 젊은 층까지 모두 사로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캠리는 새로운 변화에 맞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SUV로 넘쳐나는 지금의 도로 위에서 캠리의 존재가 다시 한번 빛나는 이유다.

가격은 캠리 하이브리드 XSE 4,357만원, 캠리 하이브리드 XLE 4,297만원, 캠리 하이브리드 LE 3,762만원, 캠리 가솔린 XLE 3,669만원이다.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시승]전기차가 견제해야 할 경쟁 상대, 토요타 캠리 HEV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