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결정시에는 협력업체 줄도산…2만여명 실직 예상
쌍용차 10년전 악몽 되풀이하나…구조조정·협력사 도산 우려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면서 10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산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협력업체까지 줄도산하면서 대량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09년 해고 이후 기나긴 투쟁 끝에 복직한 노동자를 포함해 5천여명의 직원들은 또다시 해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쌍용차가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쌍용차 사태' 당시에는 전체 임직원의 36%인 2천600여명이 정리해고됐다.

당시 노조는 공장 점거까지 하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돼 노조를 진압했다.

77일간 이어진 파업 과정에서 한상균 당시 쌍용차지부장 등 64명이 구속됐고, 1천700여 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조합원 970여 명은 옥쇄 파업을 벌이며 끝까지 버텼지만 무급휴직(454명)이나 명예퇴직을 택해야 했고, 165명은 끝까지 선택하지 않아 결국 해고자 신세가 됐다.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착수한 쌍용차는 2013년 무급휴직자 454명을 복직시키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를 복직시켰다.

2018년 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축하를 보냈다.

하지만 11년만에 돌아온 직원들은 다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다만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관리인인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이 친노조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쌍용차 10년전 악몽 되풀이하나…구조조정·협력사 도산 우려
가능성은 낮지만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경우에는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하고, 700∼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8월 쌍용차 법정관리 후 파업 등으로 인해 납품 의존도가 50%를 넘는 1차 협력사 32개사 중 4곳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5개사가 휴업했다.

주요 2차 협력사 399개 중 19곳이 도산 또는 법정관리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 쌍용차 납품업체는 219곳이며, 이들 업체가 쌍용차에 납품한 금액은 지난해 1조8천억원이었다.

현대차(25조4천억원), 기아(17조7천억원), 한국GM(3조6천억원)보다는 적지만 타격은 불가피하다.

쌍용차가 부품 납품 대가로 지급한 어음은 약 2천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쌍용차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2·3차 협력업체와 일반거래업체까지 약 16만여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몸을 가볍게 해서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납품 거부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회생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벌써 10여개의 쌍용차 협력사가 이미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쌍용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협력업체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쌍용차 협력업체의 경영난이 심화함에 따라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