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존폐기로에 선 쌍용차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법원이 이달 말까지 투자의향서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유력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약속대로 투자의향서(LOI)를 보낼지가 관건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HAAH는 31일(현지시간)까지 인수 여부에 대한 최종 답변을 주기로 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HAAH의 쌍용차 인수 의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에서 쌍용차 측에 투자자와의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요구하자 수차례 답변을 미루던 HAAH도 결국 결단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HAAH가 인수의향서를 보낼 경우 쌍용차가 이를 전달받는 시점은 한국 시간으로 다음달 1일 새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HAAH가 투자를 결정하면 쌍용차는 P플랜(사전회생계획) 가동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쌍용차는 HAAH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게 되면 이를 법원에 제출, 회생 개시 결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투자가 무산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2009년 한차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인수로 새출발했다. 그러나 또다시 판매부진과 적자, 신차 부재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대출금마저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지난해 12월 21일 또다시 법정관리 신청에 나섰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 보류 신청서(ARS프로그램)도 제출하면서 법정관리 돌입까지 두 달의 시간을 벌었다. 이 기간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와 HAAH와의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힌드라-HAAH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끝나면서 결국 P플랜 준비에 나섰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P플랜을 위해서는 산업은행 등 주채권단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이들 채권단이 HAAH의 투자를 P플랜 승인의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HAAH가 투자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면서 P플랜 가동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그 사이 쌍용차는 지난달 28일 만료 예정이던 회생절차 개시 기한도 넘겼다. 당시는 법원이 기한을 연장해줬지만 이제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법원이 이날을 쌍용차의 인수의향서 제출 시한으로 두면서 쌍용차는 운명의날을 맞이하게 됐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출고 대기장에 출고를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출고 대기장에 출고를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인수가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HAAH의 인수 의지는 확고하지만 HAAH의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인수를 망설이고 있어서다. 이들은 쌍용차의 경영 상황, 고임금·고비용 구조 등을 인수의 큰 부담 요소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가 당초 약속한 투자액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훨씬 웃도는 3700억원 규모 공익채권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적자폭도 확대되는 등 악화일로의 상황이다. 지난해 쌍용차의 순손실 규모는 당초 잠정공시했던 4785억원에서 258억원 더 늘었다. 자본잠식률도 111.8%로 악화했다.

연내 출시를 계획한 전기차 E100 외에는 친환경차 라인업이 현재로서는 없는 데다 미래 모빌리티 등 경쟁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크다는 점도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법원은 이날 쌍용차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즉각 법정관리에 착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인수의향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해당 명령이 법적효력을 갖지 못한다"며 법정관리 개시에 대해 여지를 남겨두는 분위기다.

한편 업계에서는 다음달 13일까지는 HAAH로부터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4월 13일은 쌍용차의 상장 폐지 이의 신청 기한이 만료되는 날이다. 쌍용차는 지난 23일 작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쌍용차가 이날 HAAH로부터 인수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면서 P플랜에 실패하게 되면 법정관리, 상장 폐지 모두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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