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중고차 기업, '잇속 챙기기 바쁘다' 지적
-중고차 매매업계 "대기업 품거나 중견기업 퇴출해야"
지난달 중고차 매매사업자인 '케이카(K-CAR)'가 서부산지점의 전시 면적을 확장했다. 그러자 부산지역 중고차 사업자들이 강력 반발했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두고 여전히 갈등하는 상황에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케이카의 몸집 키우기를 꼼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케이카를 운영하는 에이치씨에이에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800억원이다. 대기업 기준인 10조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도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중견기업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시작은 대기업에서 했다. 지난 2017년 중고차 매매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자 SK그룹이 18년 동안 수행해 오던 중고차사업을 '엔카닷컴'과 '케이카'란 이름으로 각각 호주 기업과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발을 뺐다. 그래서 케이카를 두고 중고차 업계에선 대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이미 자금력이 막강한 중견기업들이 기존 플랫폼을 인수하며 시장을 접수했다. 케이카와 같이 SK엔카를 전신으로 하는 엔카닷컴은 호주 카세일즈홀딩스라는 대규모 딜러사가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중고차 매매 플랫폼 리본카를 운영하는 오토플러스는 사모펀드인 VIG 파트너스 소유다. 가장 최근 AJ셀카는 신동해그룹이 인수했다. AJ셀카 역시 대기업인 아주그룹의 아주 오토서비스에서 시작해 신동해그룹에 안겼다. 신동해그룹은 1989년 미국에서 미끄럼 방지 신발을 대량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 2017년 용인에 세계 최대 자동차 쇼핑몰 오토허브를 개장한 바 있다.

이러다보니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중견기업이 노선을 확실히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세 매매상사 입장에선 대기업과 같이 견제해야 할 대상이며, 완성차와 같은 대기업에겐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위한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한 매매상사 관계자는 "케이카는 한 달에 200~300건씩 매매를 하는데 일반 상사들은 10~15건에도 못미쳐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라며 "여기에 완성차 업체까지 들어오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도 아니고 중견기업이 진출해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시장을 어떻게 생계형으로 볼 수 있냐"며 "완성차 업계의 진출을 막는 것이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일 수 있다"고 받아쳤다.
중고차 매매, 중견기업은 되고 대기업은 안되나

중견 중고차 기업들은 영세 상사편에서 대기업 진출 불가 입장을 취하면서도 본인들의 세 확장에 힘쓰고 있다. 케이카 정인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열린 공청회에서 "완성차 업계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중고차 매매가격까지 통제하게 되고 결국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후생이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지만 올 초 케이카 서부산지점을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이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하든 중견기업을 퇴출하든 일관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견기업이 존재하는 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인정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고,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것도 비논리적이란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계에 중견기업들이 진출해 있지만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업 진출이 중고차 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남고 싶다면 중견기업의 거취와 역할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2019년까지 6년간 대기업 신규 진입이 차단됐다. 기간 만료 후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되려면 5인 미만, 매출액 50억원 미만인 소상공인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국내 중고차판매업 평균이 이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판매업을 하는 중소기업은 6,000여개로 추산되며, 연간 중고차 거래대수는 200만대 이상, 매출액은 연간 27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