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방치 킥보드 견인·견인비 4만원 부과 [이슈+]

고민 늘어가는 킥보드 업체들
수거 여력 없다면 퇴출 가능성도
길가에 널브러진 공유 킥보드./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길가에 널브러진 공유 킥보드./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시각장애인이신 어머니가 점자블록 위에 넘어져 있는 킥보드에 부딫치셨어요. 하마터면 크게 다칠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리꾼 A씨가 올린 사연이다. A 씨는 길거리에 널브러진 공유 전동킥보드가 불편 뿐 아니라 안전 문제도 야기한다며 "인도에서 통행을 방해하는 킥보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시가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최소한의 기준도 지키지 못하는 업체들은 점차 퇴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서울시 및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정차위반 전동킥보드를 견인하고, 킥보드 업체에 견인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내달 시의회를 통과하면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한된 구역에 주정차된 킥보드는 계고 후 3시간 이내에 수거되지 않으면 견인된다. 견인된 킥보드를 업체가 다시 가져오려면 대당 4만원의 견인료를 내야 하고, 찾아가지 않을 경우 최대 50만원의 보관료가 부과된다.

공유킥보드의 주차가 제한되는 구역은 보도 중앙과 횡단보도, 점자블록, 대중교통 진·출입로 등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구역이다. 정부는 현행 총 13곳을 제한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도 절반을 차지하면서 통행을 방해하는 공유킥보드./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인도 절반을 차지하면서 통행을 방해하는 공유킥보드./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공유킥보드가 불법 주정차 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시민들은 보행에 방해가 된다며 불편함을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고, 인도를 넘어 도로까지 침범해 방치돼 있는 킥보드들에 운전자들은 안전 위협을 느낀다고 지적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대 규모 공유킥보드 업체 씽씽과 킥고잉 등은 자체 주차구역을 만들어 주차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씽씽은 지난해 말부터 일명 '씽씽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주차 시스템을 도입, 앱(응용 프로그램)내 지도를 통해 권장 주차구역 씽씽 스테이션에 이용자들이 킥보드를 두도록 유도한다.

씽씽에 따르면 현재 서울, 경기 지역 내 씽씽 스테이션으로 등록된 곳은 100곳이 넘는다. 공공장소나 킥보드 이용 금지 구역, 통행 방해 구역은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씽씽은 스테이션 이용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500원 쿠폰도 발급하고 있다.

킥고잉은 일찌감치 전용 주차공간 '킥스팟'을 운영중이다. 2019년 도입한 킥스팟은 2년도 채 안 돼 전국 300곳 이상(작년 9월 기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다이소로 거점을 넓힌 덕에 현재는 약 4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런히 주차돼 있는 공유 킥보드./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가지런히 주차돼 있는 공유 킥보드./ 사진=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그럼에도 길거리에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킥보드는 여전히 눈에 밟힌다. 씽씽, 라임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수거 인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불법 주정차 킥보드들 위치 정보를 주고받으며 직접 수거한다는 것이다.

수거는 대부분 한 시간 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견인 조치까지 3시간의 여유를 준 이번 개정안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성격을 지닌다고 업계는 풀이했다.

결국 규제 칼날은 자체 수거 인력이 없는 일부 외국계를 비롯한 소규모 업체들에 겨눠질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부담에 킥보드를 방치한 소규모 업체들이 규제에 맞춰 수거 인력을 운용할 리 없고, 견인료와 보관료를 부담하기도 어려워 점차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인도에 장시간 널브러져 있는 킥보드들은 대부분 외국계나 소규모 업체들의 제품"이라며 "비용 부담에 제대로 된 수거 시스템도 갖추지 않던 소규모 업체들이 규제에 대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