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피드'서 폭탄 싣고 달린 버스
-북미 대표하는 시내버스

영화 속 자동차는 속도감 있는 추격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버스도 예외는 없다. 1994년 개봉한 영화 스피드에서 버스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무대로 작용했다. 영화 속 버스는 테러리스트가 장착한 속도 제한 폭탄과 시민들을 싣고 끝을 향해 달린다. 이 차는 한 때 GM의 주력 시내버스였던 '뉴 룩(New Look) 시리즈' 중 T8H-5307A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뉴 룩은 1959년 올드-룩 버스 후속으로 출시됐다. 뉴 룩은 트럭의 프레임을 활용해 승객 공간을 설치했던 이전 버스와는 달리 경량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한 현대적 버스다. 외관은 당시 인류의 달 탐사 덕분에 유행하던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적극 반영했다. 독특한 6분할 앞 유리창은 뉴 룩에게 '어항(Fishbowl)'이란 별명을 붙게 했다. 이 유리창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향후 2분할로 개선했다. 테일램프는 로켓 노즐을 연상케 하는 원통형으로 처리했다. 차체는 길이에 따라 8.8m, 10.6m, 12.2m의 세 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했다. 좌석 구성은 각각 33·45·53인승을 제공했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엔진은 디트로이트디젤이 만든 V6 7.0ℓ이 주력이었다. 차체 뒤에 가로로 얹은 엔진은 정비사가 배기 매니폴드와 스타터를 제외한 모든 부품에 접근하기 쉽도록 장착했다.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밖에 V6 9.0ℓ, V8 9.3ℓ 엔진도 준비해 다양한 차체와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했다. 변속기는 4단 비동기식 수동과 앨리슨이 공급한 1단 자동을 조합했다. 자동변속기는 꾸준한 개선을 통해 2단, 3단으로 진화했다.

뉴 룩의 제품명은 용도와 연료, 변속기, 차체 길이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했다. 가장 앞 글자는 시내버스가 T, 시외버스가 S를 썼으며 두 번째 글자는 디젤이 D, 가솔린이 G를 썼다. 후기형은 엔진 기통 수에 따라 6과 8을 썼다. 세 번째 글자는 H가 자동변속기를, M이 수동변속기를 나타냈다. 이어 두 개의 숫자(33, 45, 53)는 좌석 수를, 이후 두 자리 숫자는 시리즈 일련번호를 표시했다. 마지막 알파벳은 에어컨 유무(A, N)를 알렸다. 예를 들어 영화 스피드에 등장한 T8H-5307A는 8기통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 에어컨을 탑재한 53인승 시내버스라는 의미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뉴 룩은 상품성, 성능, 유지보수 등 모든 측면에서 월등했다. 개발 단계부터 운수 업체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덕분에 대중교통이 열악한 북미에서 대표적인 시내버스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성기 때 미국 내 노선버스 점유율은 70%에 육박했다. 반면 시외버스형은 시내버스 기반의 차체인 탓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뉴 룩의 생산은 미국 미시건, 캐나다 온타리오, 퀘벡의 GM 디젤 사업부 공장에서 이뤄졌다. 현지 수요에 따라 미국은 시내 및 시외버스를, 캐나다는 시내버스를 주로 제작했다. 1977년 미시건 공장은 마지막 뉴 룩을 출고했다. 후속 제품인 RTS의 생산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캐나다에선 RTS를 거부한 바람에 뉴 룩의 생산을 지속하게 된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뉴 룩 생산을 유지하게 된 캐나다에선 변형 제품도 등장했다. 1981년 53시리즈 기반의 트롤리 버스가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운행을 개시했다. 스위스의 전기 엔지니어링 회사인 브라운보베리앤컴퍼니가 개조한 이 차는 총 100대가 생산됐으며 27년간 운행됐다. 이듬해엔 수송 능력을 대폭 강화한 18.3m 굴절형 제품도 나왔다. 총 53대가 생산된 이 차는 캐나타 온타리오를 누볐다.

이 버스를 아시나요?⑤-GM 뉴 룩

1986년 4월, 캐나다 공장도 뉴 룩의 생산을 멈췄다. 제품 노후화, 배출가스 규제 등 단산 이유는 많았다. 4만4,484번째 뉴 룩이자 마지막 뉴 룩은 캐나다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로 향했다. 단종된 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북미 주요 도시에선 적지 않은 뉴 룩이 운행중이다. 오랫동안 생산이 이뤄졌고 현역인 차가 많은 점은 미국인들이 이 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고 차의 내구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