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픽업트럭, 연간 자동차세 3만원 불과
-개소세, 교육세 면제에 취득세 할인, 부가세 환급까지
-픽업트럭과 화물차 구분 필요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레저용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으로 본다. 집과 자동차를 소유하는 기본적인 경제적 요건이 충족되면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산업이 성장한다고 봐서다. 국내에서는 2만달러 시점에 레저활동으로 골프가 성행했고 3만달러 시점엔 승마나 요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에 유리한 캠핑 시장도 활황을 맞았다.

기본적으로 레저산업이 부흥하면 그에 걸맞는 자동차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골프가 유행한 이후 국내 고급차들은 골프백을 싣기 편하게 널찍한 트렁크를 기본으로 갖추기 시작했다. 한동안 자동차 전문지에선 고급차 트렁크에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실을 수 있는 지 검증하는 시승 방식이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엔 이런 트렌드가 차박으로 넘어왔다. 골프백 대신 직접 몸을 구겨 넣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하이빔]픽업트럭, 화물차 아닌 승용 분류 시작해야

레저용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대형 SUV을 넘어 픽업트럭까지 확대됐다. 짐을 더 많이 싣고 오프로드에서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차에 대한 요구가 시장을 깨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픽업트럭 차종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유일했다. 지금은 픽업트럭 노하우가 상당한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 등 북미 정통 픽업트럭들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다.

이들의 타깃층은 분명하다. 적재함에 카약이나 서핑보드처럼 큰 장비를 싣거나, 캠핑 트레일러나 요트같이 거대한 추가 이동 장비를 견인하기 위한 용도다. 렉스턴 스포츠만 하더라도 1t 화물 수요를 대신해 생계형과 레저용으로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수입 픽업트럭의 경우 그 비중이 높지 않거나 거의 없다. 평균 4,500만원 이상, 평균 효율이 ℓ당 10㎞가 채 안되는 고성능 픽업트럭을 생계형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 실제로 수입 픽업트럭의 경우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세컨카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생계형 화물차로 분류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1t 이하 화물차는 연간 자동차세가 1대당 2만8,500원에 불과하다. 만약 승용차로 분류됐다면 배기량에 따라 많게는 70만원 이상 부과된다. 게다가 개별소비세(차량 가격의 3.5%)와 교육세도 면제된다. 취득세도 승용차(7%)에 비해 낮은 5%다. 또 부가세 환급 대상이어서 구매 후에는 차값의 10%에 달하는 부가세 역시 돌려받을 수 있다. 승용차로 분류됐을 때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빔]픽업트럭, 화물차 아닌 승용 분류 시작해야

반면 국내 생산된 픽업트럭은 미국에 수출하려면 2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와 체결한 FTA에 의거해서다. 당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현대차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자국내에서 생산하게 만들고자 픽업트럭 관세를 2041년까지 25%로 묶어 놨다. 그 덕에 한국 소비자들은 픽업트럭 열풍 속에서도 산타크루즈 출시를 그림의 떡으로 여겨야 하는 형국이다.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을 일반 SUV와 동일한 경승용차(light vehicle)로 분류하고 있다. 용도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봐서다. 국내에서도 픽업트럭을 일반 화물차와 구분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 유일할 픽업트럭이었던 쌍용차 액티언 스포츠가 교묘하게 기준을 맞추면서 화물차 혜택을 유지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픽업트럭의 활용도가 달라졌고 이에 맞춰 체계를 손볼 이유가 생겼다. 언제까지 레저용 픽업트럭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