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플랜·셧다운까지…쌍용차 'e-모션' 향로에 '먹구름'
쌍용차 E100/ 사진=쌍용차

쌍용차 E100/ 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가 생사기로에 서면서 당초 상반기 출시 계획이던 첫 전기차 E100의 향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쌍용차의 마지막 카드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의 가동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에 E100의 행로가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100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의 전기차 버전이다. 차명은 최근 환경부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변경보고를 미뤄 '코란도 e-모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e-모션은 국내 전기차 업계 최초로 출시되는 준중형 SUV다. LG화학의 61.5kwh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국내 인증 기준 최대 300~350km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모터 출력은 188마력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4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 상한선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전망이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e-모션은 16분기 적자 행진 속 쌍용차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발을 이어온 야심작이다. 쌍용차는 e-모션과 매출 1등 공신이던 올 뉴 렉스턴으로 위기를 넘는다는 계획이지만 쌍용차의 계획이 성사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쌍용차가 P플랜을 추진하려면 이에 앞서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 마힌드라에 이어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협상장을 떠나면서 산은이 P플랜 협의와 추가 지원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쌍용차는 "HAAH의 출국은 체류기간이 만류돼 돌아간 것일 뿐 P플랜과 추진과는 무관하다"며 "차질 없는 P플랜 추진을 통해 조기에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은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P플랜은 쌍용차가 기업 청산과 상장 폐지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회생계획안을 내고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통상적인 회생절차보다 빠르게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만큼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유동성 자금 부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쌍용자동차가 일부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중단으로 결국 또다시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됐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동성 자금 부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쌍용자동차가 일부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중단으로 결국 또다시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됐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산은의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저조한 성장률과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달 판매량으로는 산은을 설득하기 다소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쌍용차의 지난 1월 내수 판매량은 5648대에 그쳤다. 5557대 팔았던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8449대와 비교하면 33.2% 줄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소비자들의 파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협력업체 부품 공급 중단으로 공장이 멈춰서면서 유동성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 중단이 앞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협력사들이 납품 대금을 해결해야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투자 유치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자본잠식에 빠진 쌍용차가 e-모션을 출시한다고 해도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파산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e-모션을 얼마나 구매할 지 미지수"라며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다음 달인 올해 1월 판매량을 보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 가능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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