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본사.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본사. 사진=뉴스1
4년 연속 적자를 낸 쌍용차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쌍용차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탈출구로 삼아 위기 상황을 벗어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과 관련해선 의문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기준 108.3%를 기록했다.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6223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쌍용차가 가진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다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쌍용차는 2016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017년 652억원이던 적자는 2018년 642억원으로 줄었지만, 2019년 2819억원, 2020년 4235억원으로 다시 크게 확대됐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18.6% 감소한 2조9502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선 법원이 이달 말 회생절차를 개시하면 상장폐지와 청산 돌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6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도 "2020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3월 말까지 자본잠식 50% 이상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 주권은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사진=뉴스1

P플랜, 청산·상장폐지 막을 마지막 기회

기업 청산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쌍용차가 선택한 마지막 수단은 P플랜이다.

P플랜은 미리 회생계획안을 내고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 이른 시일 내 법정관리를 끝내도록 하는 제도다.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전제조건이다. 현재 1조원에 달하는 쌍용차 부채는 상거래 채권자가 60%, 산은과 외국계 금융기관 등이 각각 2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는 마힌드라 지분율(75%) 감자와 유상증자 방식의 HAAH오토모티브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신규 투자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감자 비율은 법원이 채권자협의회를 거쳐 정한다.

쌍용차는 35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긴급회의를 열고 P플랜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도 P플랜 협상을 진행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 운영을 위해 자신들의 투자금에 상응하는 금액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쌍용차는 산은과 P플랜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동의해야 P플랜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에 더해 2000억원 넘는 지원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쌍용차가 올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 E100. 사진=쌍용차
쌍용차가 올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 E100. 사진=쌍용차

결정권 쥔 산은 협의는 '아직'…외국 차입금도 난관

그간 산은은 "미래 사업성과 노조의 각서가 없다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산은은 경영에 책임이 있는 주주가 아닌 주채권은행일 뿐이며,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대출금을 회수하고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산은의 지원 조건은 미래 사업성이 보장된 회생안 마련과 더불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흑자 전환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것이다. 쌍용차 노사가 이를 거부하면 추가 지원은 물론 P플랜 추진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쌍용차 노조는 산은의 조건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노조와 산은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플랜이 무산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파산에 대한 책임론이 양측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대출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주주가 될 경우 쌍용차에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지분 확보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은 문제로 남는다.

HAAH오토모티브는 자신들의 투자금은 신차 개발 등에 쓰고 운영자금은 산은의 지원에 기대겠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은 마힌드라가 해결할 문제일 뿐, 산은의 지원금이 대출 상환에 고스란히 쓰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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