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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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바이든 시대'를 앞두고 미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관련 업계에서 부풀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중국과 달리 그간 친환경차 산업에 유독 보수적이었던 미국이 올해 바이든 시대를 맞아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지난주 민주당이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폭 완화한 기업 평균 연비규제(CAFE)가 2012년 오바마 행정부 수준으로 원상복구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점친다. 민주당이 친환경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X펑의 세단 P7. 사진 = X펑
중국 전기차 업체 X펑의 세단 P7. 사진 = X펑
미국의 연비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되레 퇴보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CAFE 원안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평균 연비 수준을 리터당 23.2km까지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준을 대폭 낮췄다. 규제 시기를 2026년으로 미뤘고, 연비도 승용차 기준 리터당 20km 수준으로 완화했다.

전기차 전문 분석기관 '이브이 볼륨즈' 잠정집계치 따르면 작년 유럽과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129만대, 134만대 등 총 260만대로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84%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1만대에서 그쳤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20% 점유율로 유럽과 유사한 비중이지만 전기차의 경우 유럽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 기준으로도 유럽과 중국이 각각 7%, 4%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1~2%로 낮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CAFE 규제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즉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전기차 산업 부양을 목표로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 로이터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기차 보급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 전기차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린 유럽, 중국과 더불어 친환경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올해 미국 시장에는 50종 이상의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출시가 예고됐다.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신차를 선보이는 것이다.

폭스바겐, GM 등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신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지난해 투싼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대응하던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투입한다. 당장 올해 '아이오닉5'를 필두로 2022년까지 총 10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5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반등하느냐에 따라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는 시점이 2023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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