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심미안에 든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사상 최고가 '축포'
현대차-애플 '전기차 동맹' 검토에 주가 연일 강세 [분석+]
▽ "현대차, 애플에게 매력적인 협력 대상"
▽ E-GMP 기술력·미래 모빌리티 혁신 행보
▽ "현대차, 애플에게 매력적인 협력 대상"
▽ E-GMP 기술력·미래 모빌리티 혁신 행보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애플과 현대차의 협업 논의는 애플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언급한 바 없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은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로 전기차 개발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2017년께 애플의 실적 저조와 테스트 차량 사고 등이 겹치며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됐고 관련 인력들은 대거 정리해고됐다. 이후 2018년 테슬라의 수석 엔지니어이던 더그 필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타이탄 프로젝트가 재기동됐고, 지난해에는 TSMC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스템칩을 공동개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과거 비용과 효율성 문제를 겪었던 만큼 애플이 차량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검증된 완성차 업체와 협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조립업체 등은 이미 애플과의 협업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애플과 협력이 이뤄질 경우 거대한 전자기기(IT)로 변모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선보일 예정이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플랫폼이다. 기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뼈대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엔진과 연료탱크 위치에 억지로 끼워넣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따라서 전기차의 성능을 모두 끌어낼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모듈화·표준화된 통합 플랫폼 E-GMP는 필요에 따라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E-GMP는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와 공동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형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부 배터리 탑재에 따라 플랫폼 길이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고, 다양한 구조의 차체 상부를 장착할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소형 세단부터 대형 SUV까지 만들 수 있는 것. 신차 개발 공정이 단순화되고 시간도 단축되는 효과를 낳는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양산차에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2023년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공공도로에서 레벨4 무인 자율주행을 실험하고, 2023년 미국 주요 지역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완성차 제조사와 손을 잡으려는 애플이 현대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선택권을 쥔 현대차는 애플과의 협업 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제조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애플의 전기차를 만든다면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과 같이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에도 어긋난다. 협력 생산한 전기차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애플이 담당한다면 자체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차량 판매를 늘리는 것은 디바이스 보급 확대를 통한 데이터 확보량 증가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현된 서비스 비즈니스를 적용할 사용자 증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는 정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협업 가능성을 봤을 것"이라면서도 "협업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보장은 없다. 폭스콘과 같은 생산하청으로 전락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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