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에 '후진' [日 불매운동 현재진행형 下]

▽ 사회공헌·할인 나섰지만 점유율 21.5%→7.5% '추락'
▽ 미쓰비시 몽니에 내년 전망도 '흐림'
서울 엘앤티렉서스 서초전시장에 차량이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엘앤티렉서스 서초전시장에 차량이 전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 조치에 나서며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중'이다. 불매운동 초기 당시 일본에선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소비자들의 싸늘한 대응은 전방위적으로 이어졌다. 자동차 등에서는 퇴출 사례도 나왔다. 새해를 맞아 여전히 거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돌아봤다.

한국에서 잘 나가던 도요타자동차, 혼다, 닛산 등 일본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1년 반 사이에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소비자의 외면을 견디지 못한 닛산과 인피티니는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7%대로 급락했다. 불매운동 전인 2019년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는 2만3482대가 팔리며 2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뢰도 높은 내구성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하지만 그해 7월 시작된 불매운동 여파에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1만3179대에 그치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0% 감소했다. 2020년 하반기에도 7~11월 일본차 판매량은 8207대에 불과했고 점유율은 7.5%에 그쳤다.
시장에 자리잡은 일본 불매운동
서울 서초구 교대입구 삼거리 인근에 혼다 차량이 주차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대입구 삼거리 인근에 혼다 차량이 주차됐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만 하더라도 일본차 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들 브랜드와 관계없이 일본 정부로 인해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불매운동에 휘말린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일본 본사도 (정치권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19년 7월 일본의 3대 경영자 단체인 경제동우회의 사쿠라다 켄고 대표간사는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받아주지 않아 이뤄진 정당한 조치"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정치적 편향에 의한 불매운동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차 업계는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불매운동이 사그라들기 바랬지만, 2020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상반기 판매된 일본차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3% 급감한 1만43대에 그쳤다. 결국 버티지 못한 닛산과 인피니티는 한국 시장 철수도 결정했다.

하반기에도 불매운동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한일관계 냉각이 지속되며 고착화됐다. 지난해 7~11월 일본차 브랜드 판매량은 8207대, 시장 점유율은 7.5%에 불과하다. 연말들어 다소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불매운동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1~11월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렉서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줄어든 7572대를 팔았다. 매년 들어가던 수입차 1만대 클럽 달성도 좌절됐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41.4% 감소한 5444대를 팔았고 혼다는 63.9% 쪼그라든 2791대를 파는데 그쳤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며 올해는 일본 브랜드들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콧대 낮춘 일본차…사회공헌에 할인까지
한국도요타는 지난 11월 노숙자 자활센터인 안나의 집에 김치 500kg을 전달했다. 사진=한국도요타

한국도요타는 지난 11월 노숙자 자활센터인 안나의 집에 김치 500kg을 전달했다. 사진=한국도요타

일본차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시행하는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는 한편, 그간 인색했던 제품 할인에도 나서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 모양새다.

도요타와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도요타는 △도요타 주말농부 △안나의 집 봉사활동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도요타 주말농부는 한국도요타가 제공한 텃밭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활동이다. 주말농부 활동으로 수확한 농작물을 활용해 김치를 담그고, 노숙자 자활센터인 안나의 집에도 전달하고 있다. 공예분야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도 최근 올해 시상식이 열렸다.

코로나19 초기 1억원을 기부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했고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도 1억원을 기부했다. 침수차량 무상점검과 수리비 할인도 제공됐다. 태풍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 과일을 구매해 취약계층에 전달하기도 했다. 실적은 크게 악화됐지만 사회공헌은 줄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간 사회공헌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던 혼다 역시 1억원의 수해 성금을 기탁하며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할인도 본격화됐다. 도요타와 딜러사들은 지난해 12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 세단 캠리 등 할인을 제공했다. 공식 할인과 딜러사들의 할인을 더하면 최대 500만원 수준이다. 평생 엔진오일 교환 무료 등의 혜택도 더해졌다. 렉서스도 차량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할인이 이뤄졌다. 혼다 역시 차량에 따라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유류비를 제공하며 간접 할인에 나섰다. 평생 엔진오일 무상교환 쿠폰과 재구매 고객 50만원 할인 등도 마련했다.
서울 서초구 교대입구 삼거리 인근에서 주행되는 도요타, 렉서스 차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대입구 삼거리 인근에서 주행되는 도요타, 렉서스 차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일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일본차 브랜드의 신음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에는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해 특허권 등의 국내 자산 압류와 매각이 추진 중이다.

미쓰비시측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고 일본 정부도 미쓰비시 자산이 강제 매각되면 보복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현지 언론에 익명으로 흘리고 있어 당분간 한일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가간 갈등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별 잘못이 없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방법이 없다"며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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