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이동생활을 바꾸고 있다. 백신을 보급하는 중이지만 언제 위험이 사라질 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게다가 위험이 없어져도 위기의식은 남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일찌감치 대비하는 곳도 적지 않다.

2020년 국내 이동상황도 마찬가지다. 밀집, 밀폐, 밀접이 위험요소로 떠오르며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대신 자가용 이동이 늘고 온라인 생활필수품 구매로 화물운반도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래 모빌리티 사회를 예측할 때 꽤 중요한 방향성으로 작용한다. 어떻게 이동하느냐가 곧 모빌리티산업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송년특집⑥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2020년 이동의 변화

▲이동수단의 선호도 변화
기본적으로 '이동'은 주체에 따라 '여객'과 '화물'로 분류한다. 여객은 '사람', '화물'은 말 그대로 물건이다. 이 가운데 여객은 이동수단의 종류와 이동방식에 따라 또다시 여러 분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이동수단과 조종하는 사람(운전자)의 역할이 기준점이다. 이동에 필요한 비용을 받으면 사업용, 그렇지 않으면 비사업용으로 분류하고 사업용은 다시 '누가 운전할 것인가'에 따라 영역이 달라진다.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운전하면 렌털이 되고, 누군가 운전을 해주면 택시로 부른다.

이동 서비스, 즉 모빌리티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운전'의 선택 여부다. 운전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렌털과, 택시로 대표되는 대중교통의 생존이 걸려 있다. 그리고 둘 모두를 위협하는 건 자신이 보유한 차를 직접 운전해 이동하는 자가이동 방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 자동차산업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새 국내 승용차 등록 비중은 78.3%에서 2.2%포인트 증가한 80.5%에 이른다. 승용을 자가용과 영업용으로 구분하면 2018년 기준 자가용 비중은 76.3%로 2014년 대비 1.3%포인트, 영업용은 3.3%에서 4.2%로 0.9%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과거 자가용 증가율이 영업용보다 월등히 높았음을 감안하면 영업용의 성장이 놀라운 셈이다. 그런데 택시 숫자는 고정된 만큼 영업용의 증가는 이동수단만 빌려 직접 운전하는 렌털(리스 포함)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운전 서비스와 이동수단을 동시에 제공하는 택시의 수송분담률은 하락했다.

송년특집⑥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2020년 이동의 변화

국토교통부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에 따르면 2014년 택시 수송분담 비중은 3.2%였으나 2017년에는 2.8%까지 줄었다. 물론 자가용 수송 비중도 56.5%에서 54%로 떨어졌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 증가 때문이다. 실제 대중교통 이용 비중은 2014년 40.3%에서 2017년 43.2%로 높아졌다. 자동차를 사지 않은 게 아니라 보유는 하되 대중교통체계가 편리해지면서 집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이런 대중교통체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 기준 지하철 이용자는 100만 명이 넘게 줄었고 일부 지방은 택시 이용률이 50%나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노선버스 수송인원은 21억623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억5,000만 명(28.90%) 급감했다. 매출액도 2조928억 원으로 6,776억 원(24.46%) 감소했다. 대도시일수록 버스 이용이 줄어 버스업체의 적자 또한 커졌다.

이런 점에서 이동, 즉 모빌리티산업에 있어 이동의 기능과 목적을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을 억제하면 자가 이동이 늘고, 자가 이동을 막으면 대중교통 및 택시와 렌털 등이 활성화한다. 다시 말해 자가 이동과 대중교통 이동은 서로 보완하는 게 아니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민의 최소 이동권을 위해 대중교통은 유지할 수밖에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이동은 생존의 기본요건이자 없어서는 안될 기본권이다. 게다가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플러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동이 많이 줄어든 연령대는 돌봄이 필요한 20세 미만과 질병에 취약한 70세 이상 고령층이다. 이들은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주력으로 활용한다. 주력 이용자는 감소했지만 운행횟수는 크게 줄이지 못하니 세부담 또한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가 이동이 불러온 수요 폭증
그러는 사이 승용차 구매는 대폭 증가했다. 올 11월까지 국내에 판매한 승용차는 151만 대로 지난해(138만 대)와 비교해 13만 대나 늘었다. 월평균 14만 대 정도의 신차를 판매하는 점에 비춰 올해는 160만 대를 거뜬히 넘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5년 157만 대로 연간 최고실적을 찍었던 해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음에도 승용차 판매는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정부의 선제적인 개별소비세율 인하 효과도 있지만 곳곳에서 매출 감소에 따른 소득 축소를 걱정하는 마당에 유독 자동차, 그 중에서도 중·대형 고가 차종의 판매가 늘었다는 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그런 흐름은 2021년에도 유지할 전망이다. 자동차야말로 다른 사람과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는 밀폐(?)공간이기 때문이다. IHS의 조사 결과는 이런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동을 통제할수록 부부의 시간은 늘지만 동시에 이혼율도 높아져 제각각 자동차를 필요로 하고, 감염병을 피하려는 안전본능이 자가용 선호 현상을 만들어 수요가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국내 소비자의 경제적 충격 여파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자동차 수요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1인 당 실질 국민총소득은 3,521만 원으로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700만 원 정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3만 달러를 넘으면 자동차의 경우 프리미엄 세단과 대형 SUV가 인기를 얻는 시장으로 분류한다.

사례는 충분하다. 2020년 1~11월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5만8,000대를 판매했는데 전년동기 대비 25.3% 신장했고, 제네시스 브랜드는 9만6,000대로 무려 84%나 늘었다. 수입차 또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중심으로 해마다 약간의 변동성만을 반영할 뿐이다. 이 말은 여전히 구매능력만 보면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그럼 대체 자동차 살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퇴직자가 증가하는 와중에 유독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니 말이다. 업계에선 심리적 소득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히며 예상 지출이 줄었고, 주가 및 부동산가치 상승에 따른 심리적 여유가 자동차 구매를 부추겼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사람은 1,251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2020년에는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렀으니 해외에서 사용할 돈을 고스란히 내수에서 소비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구매에 쓴 사람이 적지 않다. 나아가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중소형차를 찾는 경향도 뚜렷히 나타났다.
송년특집⑥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2020년 이동의 변화

▲주목받을 기술도 달라진다
코로나19는 제품기술 측면에서도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동은 하되 접촉은 최소화해야 하는 숙명을 띠고 있어서다. 그 중의 하나가 생체인식기술의 고도화다. 특히 개인화 및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얼굴(안면)뿐 아니라 정맥(손바닥), 홍채, 지문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기술을 모빌리티분야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지문 또는 얼굴을 인식한 후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기술을 일부 시내버스에 적용한 데 이어 항공사에도 조종사의 신원파악과 음주측정에 생체인식을 활용하고 있다. 또 자동차 실내공간이 점차 생활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경우 생체 고유 정보는 물론 심박수, 호흡, 혈당 및 혈압, 뇌파 등도 측정대상에 포함해 운전자의 종합적인 감정과 신체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확인한 고유 정보는 모빌리티의 모든 하드웨어와 연결돼 개인화 서비스에 활용하는데, 대표적으로 탑승자의 감정까지 읽어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내에서의 조명, 음악, 향기 등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감각기관의 변화를 감지해 사람과 자동차가 교감하는 것이다.

물론 제약도 있다. 주행중에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그리고 다양한 기기에서 나타나는 전자파 등으로 인체의 시그널을 정확히 측정하는 게 아직은 쉽지 않다. 아울러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측정방법도 필요하다. 따라서 레이더 등과 같은 비접촉 방식이나 고도화한 센싱 시스템 개발이 뒤따르고 있고 미세한 생체변화 신호를 판단하기 위한 정교한 알고리즘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가 앞당길 전동화시대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자기파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모빌리티 무선충전 기술은 오래 전에 개념을 잡았고 세계 100대 기술에 선정했을 만큼 주목도가 높다. 그 동안 무선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이 많지 않아 각광받지 못했지만 최근들어 전력 송신량이 늘어나고 짧은 시간에 많은 충전이 가능해지며 모빌리티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비접촉을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을 고려할 때 무선충전은 비교적 안전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규제와 무관하게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개별적인 에너지 충전 방식이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코로나가 바꿀 또 하나의 모빌리티 환경은 대중교통 쪼개기에 따른 ‘온디맨드’ 이동수요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중이 밀집해 이동하는 버스의 역할 축소다. 여러 사람이 함께 탑승해 움직이는 버스 등에서 벗어나 소수가 원할 때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이 때는 이동수단이 스스로 이동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모빌리티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편한 이동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KST모빌리티가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내 일부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중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축적된 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이다. 모빌리티의 운행이력, 배차, 예약, 결제, 차고지 관리 등은 물론 이용자가 요청한 데이터(호출, 탑승률)까지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지역별 현황을 분석해 유사 수요 패턴을 예측할 때 활용한다. 그래야 적절한 운행패턴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데이터 기반의 AI 학습능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국제컨설팅그룹 맥킨지와 공동 발표한 ‘인공지능 인덱스 2019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들어 AI의 성능 향상 속도는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이전까지는 무어의 법칙과 거의 비슷했지만 이후 가속도가 붙어 지금은 3.4개월에 두 배씩 늘어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코로나 이전까지 자가용은 이동 기능이 우선이었던 반면 코로나 이후에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소비자 인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에 '이동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이동수단은 어떻게든 사람의 접촉을 배제하는 쪽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접촉없는 모빌리티 시대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시작점이 2020년이었던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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