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 = 한경닷컴 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 = 한경닷컴 DB
유럽에서 고강도 봉쇄조치로 판매량 급감 위기에 놓인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로 활로 개척에 나선다.

2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 감소한 6만5943대에 그쳤다. 점유율도 작년(6.8%)보다 0.5%포인트 떨어진 6.3%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유럽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는 104만7409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감소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고 있어 12월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영국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소식에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은 대응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비필수 업종 영업을 중단하는 4단계로 높였고 독일도 지난 16일 전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도 내년 1월까지 긴급 봉쇄령을 이어가고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영국발 이동 및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3단계로 격상된 영국 도버시의 텅빈 거리. 사진 = EPA
3단계로 격상된 영국 도버시의 텅빈 거리. 사진 = EPA
강도 높은 봉쇄 조치는 차량 수요도 줄인다. 이동을 할 수 없는 만큼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영업 중단과 실직 등이 속출해 소비자의 구매력도 감소한다. 소비자에게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의 우선 순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를 돌파구로 삼아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아이오닉5와 CV(프로젝트명) 출시를 예고하며 유럽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엄포를 놓은 상태다.

당장 올해는 유럽 자동차 시장 진출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 하락으로 두 회사 1~11월 누적 판매량은 76만7112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3% 줄었지만, 누적 시장점유율은 7%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 판매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1월 현대·기아차 전기차 판매대수는 1만701대로 지난해 11월(3594대)과 비교해 197.7% 급증했다.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4%로 늘어 지난해 11월 4.2%에 비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전기차 누적 판매량도 8만4612대로 전년 4만776대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유럽 전역에서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유럽 전역에서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유럽 전역에 강화된 이산화탄소 규제가 전기차 판매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차 한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폭을 늘렸고 본격적인 내연기관차 퇴출에도 나섰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4년 뒤인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내연기관차 차량 판매 금지 시기를 기존 2040년에서 10년 앞당긴 2030년으로 못박았다.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은 2030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친환경차 위주의 구매 지원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2021년도에도 정책 효과와 완성차들의 전용 전기차 출시로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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