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소세 인하 만료 한달여 앞으로 [이슈+]

▽ 내년 1월 이후 수령 시 5% 개소세 부과
▽"징벌적 과세 폐지" 목소리 높아져
서울 송파구 현대자동차 송파대로지점에 쏘나타 N라인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현대자동차 송파대로지점에 쏘나타 N라인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

승용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정책 만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승용차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오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이 내달 말 만료된다. 이전에 차를 계약했더라도 내년 1월 1일 이후 수령하는 경우에는 차량가액의 5%를 개소세로 내야 한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3월부터 6월까지 승용차 개소세를 70% 인하한 바 있다. 7월부터는 인하율을 30%로 낮춰 연말까지 적용했다.

개소세 인하 정책이 만료되면 내년부터 승용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적지 않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출고가 2400만원인 차량이라면 120만원, 4000만원인 차량은 200만원을 개소세로 내게 된다. 개소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합치면 내야 할 세금은 각각 172만원, 286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랜저 등 4000만원대 차를 구매하면 개소세로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 평균 월급(303만원·2018년 근로소득자 국세청 신고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하는 것이다.

개소세 부담이 높은 이유는 당초 징벌적 취지의 세금이었기 때문이다. 개소세는 1977년 고가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소비세에서 출발했다. 과세 대상으로는 자동차와 함께 냉장고, 세탁기, 컬러TV, 에어컨 등이 올랐다. 2015년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은 개소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사치품이라는 오명을 벗었지만, 자동차에는 여전히 부과되고 있다.
컬러TV와 냉장고, 에어컨 등도 과거에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컬러TV와 냉장고, 에어컨 등도 과거에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등록대수는 2368만대에 달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2400만대가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명 중 1명이 가진 물건이 사치품일 수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가통계포털에서는 2018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2049만 가구로 집계됐다. 가구당 1대 이상 보유할 정도로 자동차가 보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자동차 개별소비세의 개편방향 검토'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는 자동차가 고가 사치품이었지만, 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자동차에 한국과 같은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없어 이제 입법목적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와 등록세만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소세와 같은 개념은 없다.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은 최근 취득세마저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괄적인 취득세 대신 차량 연비에 따라 차등화된 환경성능비율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과 대만 정도에서 사치품에 대해 개소세를 부과하지만, 배기량 등에 따라 차등 적용이 이뤄진다.

국회에서도 개소세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먼저 지난 9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배기량 1600cc 이하의 자동차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사치품이라 보기 힘들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지난달에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00만원 미만 자동차에 개소세를 면제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배기량에 따른 차등과세 한미FTA 협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삼자는 취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승용차 개소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격을 개소세 기준으로 삼으면 수입차는 통관가격만 임의로 낮추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논란의 소지가 많은 자동차 개소세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본래 입법 취지에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기차인 테슬라 구매자들 사이에는 옵션 사양인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차량 구매 후 추가하는 꼼수가 유행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할 때 선택할 경우 1000만원에 육박하는 옵션 가격이 차량가액에 포함돼 세금이 늘지만, 차량 구매 후 추가로 구입할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개소세는 명분없는 세금이 됐지만, 정부는 손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매년 징수되는 막대한 세금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정부가 거둬들인 개별소비세는 약 10조4510억원으로, 자동차에서만 약 9800억원이 걷혔다. 개소세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합하면 1조4000억원 규모다. 개소세를 폐지하면 1조원을 훌쩍 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개소세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를 사치품으로 보기 어렵고 국민들의 소비 부담도 해소해야 한다"며 "개소세를 유지한다면 환경친화적으로 연비를 고려한 차등비례세율을 부과하거나 사치성을 지닌 고가 자동차에만 부과하는 등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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