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반자율주행 아직은 불안해요"

▽ 카메라·레이더 의존하는 레벨2 보급 확대
▽ 악천후 등엔 취약한 보조적 수단일 뿐
▽ 있으면 편하지만 맹신은 사고 가능성도
반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하면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일정 시간은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반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하면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일정 시간은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 옵션 넣으면 편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비싸고 사용하기도 불안해서 결국 뺐습니다."
올해 초 현대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하이브리드(HEV)를 계약한 직장인 A씨는 약 70만원 상당의 옵션인 '현대스마트센스'를 선택하지 않고 주문했다. A씨는 "차로이탈방지(LKA)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갔기에 돈을 더 내고 차로유지보조(LFA) 기능까지 넣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운전 중에 스티어링 휠을 놓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아반떼를 구입한 직장인 B씨는 스티어링 휠에 달린 LFA 버튼을 애용한다. B씨는 "아직 초보 운전자인데, LFA 기능을 켜면 숙련된 운전자처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기능을) 켰을 때와 껐을 때의 운전 실력 차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차에게 운전을 맡긴다는게 신기하면서도 불안하긴 하다"며 "LFA가 작동하더라도 스티어링 휠은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벨2 수준 반자율 주행이 이뤄지는 모습. 헤드업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해당 기능이 작동한다는 아이콘이 노출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레벨2 수준 반자율 주행이 이뤄지는 모습. 헤드업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해당 기능이 작동한다는 아이콘이 노출됐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에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제조사에서 상급 라인업에 국한해 제공했다면, 이제는 대다수 제조사에서 엔트리급 차량까지 반자율주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의 호불호는 나뉘는 편이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해야 할 운전을 기계에 맡기는 것 같아 불안하고 거부감이 든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자율주행은 부분적인 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가 안전한 주행을 하도록 보조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동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레벨0부터 스티어링 휠이 필요하지 않은 레벨5까지 자율주행 등급을 구별하고 있다. 레벨2 수준에서는 자동차가 특정 구간에서 조향과 속도를 스스로 제어하며 주행할 수 있다. 차로유지보조,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의 기능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전면부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와 레이더가 탑재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자동차 전면부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와 레이더가 탑재된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들 기능을 사용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차로 정중앙을 유지하면서 앞 차량과 간격을 조절해 달린다. 가령 2차로를 주행하던 중 반자율주행 기능을 작동시키면 곡선 구간에서도 2차로를 유지하도록 차량이 스스로 조향한다. 최고 주행속도를 시속 80km로 설정하면 최고속도로 달리다 도로 정체 등으로 앞 차량 속도가 줄어들면 이에 맞춰 감속해 주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현재 국내외 대다수 제조사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차로유지보조(LFA)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을 조합해 각각 현대스마트센스와 드라이브와이즈라는 명칭으로 해당 기능을 제공한다. 쌍용차는 중앙차선 유지보조(CLKA)와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IACC)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르노삼성도 최근 출시한 더 뉴 SM6부터 차선유지보조(LCA)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이 함께 탑재됐다.
시속 100km 속도에서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를 작동시킨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속 100km 속도에서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를 작동시킨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수입차들도 다양한 이름으로 반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BMW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아우디에서는 AI 트래픽 잼 파일럿, 볼보는 파일럿 어시스트,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등으로 각기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

소비자들은 이들 반자율주행 기능에 절반의 신뢰를 보인다. 딜로이트 글로벌의 '2020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소비자의 54%가 자율주행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49%, 올해 46%로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자율 차량과 카메라 센서의 인식 개념도. 사진=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반자율 차량과 카메라 센서의 인식 개념도. 사진=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기계에게 운전을 맡기는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기능의 오작동을 우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제조사들은 악천후 상황이나 급격한 경사로 또는 곡선 구간, 도로 포장 상태가 나쁜 구간 등에서는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근거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러한 원인인 센서에 있다. 현재 반자율주행 기능은 카메라, 초음파 센서, 전자기파를 활용하는 레이더 등의 센서를 활용해 이뤄진다. 카메라로 전방의 차선과 도로 상황, 전방 차량 유무 등을 파악하고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는 차량·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이들 센서가 차량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차로 이탈이나 전방 차량의 급제동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반응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3가 도로에 전복된 하얀 트럭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한 모습. 사진=트위터

테슬라 모델3가 도로에 전복된 하얀 트럭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한 모습. 사진=트위터

다만 이들 센서는 방향이 고정되고 있기에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는 도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나 비도 정도에 따라서는 장애물로 인식될 수 있다. 도로 차선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거나 오래되어 닳은 경우에도 대처가 어려워진다. 미묘한 색상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 모델3가 도로에 쓰러진 하얀 트럭을 하늘로 착각하고 돌진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 자율주행에는 한계가 있다며 반자율주행 기능은 어디까지나 운전을 보조할 뿐이라고 당부했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며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본격적인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레이저를 활용해 3차원으로 지형을 인식하는 라이다 센서와 실제 도로 환경을 컴퓨터로 옮긴 맵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카메라와 레이더로는 차량이 정확한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데 제약이 크다"며 "라이다 센서 개발과 맵데이터 구축에 뛰어든 업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기술이 보급되어야 마음 놓고 스티어링 휠을 놓을 수 있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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