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에 등장한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에 등장한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가 한국에서 드라이빙 이벤트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 2020을 열고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공개했다. 지난 2일 서킷에서 만나본 타이칸 터보 S는 기존 911보다도 쉽고 재미있게 달리는 100% 스포츠카였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 코리아 대표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타이칸을 두고 "100% 순수 전기차이고 100% 스포츠카이며 100% 포르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연말 타이칸 4S가 국내 출시되고 내년 타이칸 터보, 타이칸 터보 S가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PWRS 2020은 아직 국내 인증을 받지 못해 도로 주행이 불가능한 타이칸을 만나볼 기회였다.

직접 본 타이칸은 헤드램프가 개성적이면서도 기존 포르쉐 차량들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4도어 차량이기에 파나메라를 닮았나 싶다가도 보닛과 수평 테일램프를 장착한 뒷태는 911을 닮은 듯 했다. 스포츠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인 포르쉐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타이칸 운전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타이칸 운전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운전석에 앉자 3개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포르쉐의 전형적인 원형 디자인을 유지한 디지털 클러스터,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중앙 콘솔의 8.6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그것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중심에 속도가 나오는 RPM(분당 엔진 회전수) 게이지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원형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2개의 창에서 공기압과 중력가속도, 출력 배분, 경고메시지 등을 띄워줬다. 그 옆에는 체결 기어와 시간, 온도, 지도 등을 보여주는 공간이 추가로 붙어있었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는 지도와 차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센터 디스플레이 우측으로도 16.8인치의 긴 디스플레이가 추가로 부착되어 있었다.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운전자를 대신해 차량의 여러 기능을 조수석 탑승객이 조작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장치였다. 다만 이날 서킷 주행 과정에서는 이 디스플레이가 비활성화되어 있었고, 조작해볼 기회도 갖지 못했다. 타이칸의 실내 인테리어가 어두운 색상으로 꾸며진 탓에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는 하이그로시 패널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포르쉐 타이칸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타이칸 실내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중앙 콘솔에는 최근 아우디 신차들에 탑재된 것과 같이 햅틱 반응을 하는 터치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실내 온도나 시트의 통풍·열선 기능, 전화와 음향 조절 등이 가능했다. 터치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버튼을 대신하면서 차량 내에 버튼이 대부분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 아래로는 타이칸이라고 적힌 네임택이 달렸고 2개의 컵홀더도 자리했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 911이나 카이엔 등과 비교해 더 얇아졌다. 기존 스티어링 휠에서는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등 드라이빙 모드를 조절하고 바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스티어링 휠에서는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좌우로 돌리면서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재의 주행 모드를 확인해야 했다.

차량의 전원 버튼은 스티어링 휠 왼쪽에, 기어노브는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센터 콘솔 부근에 있던 기어 노브가 스티어링 휠 오른쪽으로 이동한 탓에 잘 보이지도 않고 적응하기 어려웠다. 주행 중 건드릴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터보 S.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터보 S.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착좌감은 911과 비슷했다. 전기차는 차량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시트포지션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포르쉐는 시트 위치에는 배터리를 비우면서 기존의 낮은 시트포지션을 유지시켰다. 또한 뒷좌석의 경우 앞좌석 하단에 발을 넣을 수 있고, 무릎 공간도 주먹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다만 헤드룸 공간은 손바닥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과속방지턱을 넘는다면 뒷좌석 승객은 천장에 머리를 찧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타이칸의 전고는 1381mm로 파나메라보다 42mm 낮다. 전장과 전폭은 4963·1966mm이며, 축간거리는 2900mm다.
레그룸은 여유롭지만 헤드룸은 제한적인 타이칸 뒷좌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레그룸은 여유롭지만 헤드룸은 제한적인 타이칸 뒷좌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킷에 오를 준비를 마치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타이칸이 순식간에 치고 나갔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화로운 배기음과 상반되는 출력은 큰 반전 매력이었다. 타이칸 터보 S의 최고출력은 761마력, 최대 토크는 107.1kg.m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8초에 불과하다. 당시 서킷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속도가 시속 100km를 넘는 순간까지도 들려온 소리는 천장과 전면 유리를 때리는 빗소리 뿐이었다.

인스트럭터의 안내를 받아 전자 스포츠 사운드를 켜자 공상과학(SF)영화에서 들어본 웅~하는 우주선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칸을 만들면서 고배기량 엔진이 주는 폭발적인 배기음이 빠진 빈자리를 채울 스포츠카의 소리로 미래 우주선을 고민을 했구나 싶어지는 전자 배기음이었다. 포르쉐는 지난해 영화사 루카스필름과 손잡고 스타워즈 최종편에 등장하는 비행 전투기를 만들기도 했다.
서킷을 주행하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사진=포르쉐코리아
서킷을 주행하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사진=포르쉐코리아
서킷 세 바퀴 반을 도는 동안 느낀 타이칸의 주행감은 기존 911보다도 안정적이었다. 700kg가량 나가는 배터리팩을 차량 하부에 탑재하고 전고까지 낮추면서 무게중심이 911보다 낮아진 덕이다. 때문에 빗길에서 고속으로 선회하더라도 미끄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최고속도는 260km/h로 제한이 걸렸다. 고속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배터리 소모량과 발열 등을 감안한 조치로 여겨진다. 물론 이날 시승에서는 최고속도까지 내지도 못했다. 시속 140km부터는 폭우와 선행 차량이 튀기는 물로 전방 시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타이칸.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타이칸. 사진=포르쉐코리아
속도를 높이자 빗물을 잔뜩 머금은 앞유리 너머로는 선행 차량의 형태도 보이지 않았다. 빨간 브레이크등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는데, 이에 의존해 속도를 더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160km/h 수준의 속도까지만 확인할 수 있었고, 폭우가 점차 심해지면서 서킷 시승은 중단됐다. 와이퍼 작동 속도가 느린 탓에 국내 장마철에는 운행이 어렵겠다는 예상도 가능했다.

타이칸 터보 S는 93.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412km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국내에서는 타이칸의 막내 등급인 4S가 연말 출시되고 내년 타이칸 터보, 터보 S가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판매가는 4S 1억4560만원, 터보 1억9550만원, 터보 S 2억3360만원으로 예정됐다. 옵션에 따라 차량 가격은 변동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주문이 밀려 돈이 있더라도 차량을 쉽게 받아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포르쉐 코리아는 내년 초부터 타이칸 4S의 고객 인도를 시작할 방침이지만, 이미 모든 트림 주문이 폭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배정받은 물량은 이미 동났다. 트림에 따라 최장 2년까지 주문이 밀려있다"며 "지금 계약하더라도 기본 1년은 기다린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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