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SUV 본분에 충실한 역할 돋보여
-다소 부족한 전장 장비 및 실내 감성 아쉬워


SUV 세그먼트 인기가 지속되면서 사용 목적과 방향에 맞는 차들이 속속 구분을 지어 등장하고 있다. 크기에 집중하거나 고성능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험로에 특화된 정통 SUV를 부활해 브랜드 정체성을 다잡기도 한다. 다양한 성격의 SUV 중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단연 패밀리 SUV다. 폭넓은 활용도를 자랑하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차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형 패밀리 SUV 시장은 브랜드 핵심 격전지나 다름없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혼다 CR-V는 이 분야 터줏대감을 자처한다. 1990년대 중반 등장해 약 25년 동안 글로벌 판매를 주도했고 브랜드 성장에 큰 도움을 준 차다. 패밀리 SUV의 정석과도 같지만 최근에는 라이벌이 늘어나면서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혼다는 상품성을 개선한 CR-V 터보를 통해 다시 한번 시장을 이끌 채비를 마쳤다. 춘추전국으로 치닫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혼다의 신형 SUV는 승자로 기억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스타일
겉모습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혼다 마니아가 아니면 어디가 바뀌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점을 꼽자면 앞범퍼가 눈에 들어온다. 둥그런 디자인에서 벗어나 한층 날카롭고 입체적으로 다듬었다. 특히 안개등과 공기흡입구 주위를 크게 감싸는 크롬도금 및 은색 장식은 차의 존재감을 더욱 키운다. 이 외에 여러 조각으로 나뉜 LED 헤드램프와 가로로 길게 이어진 그릴 디자인은 여전히 멋스럽다.

옆은 듬직한 모습이다. 벨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높고 펜더를 한껏 부풀린 덕분이다. 새 디자인의 19인치 휠도 특별함을 더한다. 뒤는 블랙 하우징 LED 테일램프가 신규 적용됐다. 일반 크롬 장식에서 다크 크롬으로 바뀐 리어 가니쉬가 조화를 이루어 한층 모던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단정한 모양의 뒷범퍼와 사각 형태의 배기구는 젊고 스포티한 느낌을 연출한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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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평소 불편했던 부분을 고치는 데에 초점을 뒀다. 먼저 2열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또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추가하고 USB 포트를 아래쪽으로 배치해 사용이 편리해졌다. 센터 콘솔 박스는 3가지 모드(노멀, 수납, 대용량)로 개선돼 한결 수납이 수월하다.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구성은 같다. 대시보드 형상이나 센터페시아 구성, 실내를 꾸미는 소재에서도 이전 CR-V와 이렇다 할 특징을 찾기 힘들다.

숫자가 큼직한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아 불만이 없지만 크기가 작은 모니터와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반응이 느리고 볼거리가 부족하며 연동성도 떨어진다. 변속 레버 역시 옥에 티다. 길고 투박한 디자인이 올드해 보인다. 'P'단에 있을 때는 공조장치 시야마저 가린다. 어코드에 들어가는 버튼식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트림에만 들어가는데 국내 판매는 미정이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통풍시트, 여러 색으로 바뀌는 화려한 무드등처럼 최근 소비층이 좋아할 만한 기능의 부재도 아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직접 앞 유리에 쏘는 게 아닌 별도의 판을 대고 비추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면 시야가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엔진회전수를 비롯해 각종 정보가 큼직하게 표현돼 있어 순간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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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이쯤에서 끝을 맺고 이제는 이 차의 숨겨진 매력과 장점을 소개할 차례다. CR-V 터보는 연륜 있는 패밀리 SUV의 특징이 곳곳에 숨어있다. 바로 쓰임새 높은 공간 활용성이다. 앞서 말한 센터콘솔을 비롯해 큼직한 입구를 자랑하는 글러브 박스와 여러 칸으로 나뉜 도어 안쪽 수납함이 대표적이다. 지붕에 달린 선글라스 케이스에는 볼록 거울을 추가해 뒷좌석을 넓게 보여준다.

2열에서의 만족도 기대 이상이다. 90도로 열리는 문은 카시트를 채우거나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한결 편하다. 또 입구가 넓어 상대적으로 광활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차급을 고려하면 무릎과 머리 윗공간에 대한 부족함이 없고 가운데 턱도 평평해 성인 세 명이 넉넉하게 탑승, 이동 가능하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열리는 면적이 넓고 높이가 낮아 큰 짐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여기에 완벽한 풀플랫이 가능해 차박 시 평탄화 작업도 필요 없다. 참고로 2열을 접으면 트렁크는 최대 2,146ℓ까지 적재 공간이 늘어난다. 양쪽 끝에는 별도 수납함을 깊게 파 놓아서 간단한 짐을 넣기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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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신형 CR-V 터보는 직렬 4기통 1.5ℓ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4.8㎏·m를 발휘한다. 이전과 비교해 출력은 3마력, 토크는 0.1㎏·m 올랐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바꾼 게 아닌 새로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소폭 변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차체의 후방 강성을 개선하고 19인치 휠에 대응하는 댐퍼, 자세제어 시스템 등을 개선해 기존 대비 주행성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동을 켜면 가솔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초기 발진 가속은 살짝 당황스럽다. rpm을 치면서 훅 하고 나가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 흐름에 맞춰 여유롭게 스로틀을 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급히 출발을 해야 할 경우라면 다소 놀랄 수 있다. 일반 도심을 운전하기에는 무난한 실력이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히 힘을 낸다. 꾸준히 속도를 올리면서 쾌적한 드라이빙을 지원한다. 욕심을 부려서 밀어붙이면 무단변속기 특유의 소리와 함께 버거워하지만 일상 주행 모드로 달리면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애초에 CR-V는 빠르게 질주하거나 코너를 공략하는 차가 아니다. 그만큼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초점을 뒀고 스티어링 휠 반응도 밋밋하다. 패들시프트는 물론 변속기 위치를 옆으로 옮겨 단수를 조절할 수도 없다. 무단변속기를 갖춰도 운전 재미를 위해 매뉴얼 모드를 지원하는 요즘 차들과는 사뭇 다른 구성이다. 다만 변속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 가능하고 한 단계 더 낮추면 로우 기어로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며 가속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덜하다. 고속 주행이나 추월가속 시 사용하면 유용할 듯하다. 브레이크는 기대 이상이다. 답력이 일정하고 제동 길이도 짧아 차를 세우기 유리하다. 전자식 브레이크 역시 부스터의 내부 마찰력을 감소시켜 제동 안정성을 높인 게 특징. 그만큼 전반적인 제동 감각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우위를 차지한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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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라 키는 크지만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믿음직한 브레이크 능력 때문에 불안한 움직임이 적다. 눈에 보이는 시야만 높을 뿐 제법 차분한 주행 안정성을 보여준다. 차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저절로 운전에 자신감도 생긴다. 그렇다고 굽이치는 고갯길이나 고속 코너를 정복하고 빠르게 차선을 변경하는 일은 지양하기를 바란다. 차가 가진 구조 내에서 만족스럽다는 뜻이지 세단과 같은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총평
CR-V는 톡톡 튀는 개성보다는 다양한 부분에서 균형을 맞춰 평균적인 능력을 뽑아내는 정직한 차다. 화려하게 치장해 눈 요깃 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역할에 조금 더 초점을 뒀다. 그 중심에는 실용적인 공간 활용성이 있다. 여기에 가솔린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은 도심 주행에 알맞다.
[시승]본분에 충실한, 혼다 CR-V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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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장점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점을 발견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만큼 여러 사람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차다. 자동차가 주는 이동의 본질을 1순위에 두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긴 시간 함께할 차로 적합하다. 진득함이 주는 매력은 첫눈에 반하는 것보다 꽤 오래가기 때문이다. 새 차는 국내에 2WD EX-L, 4WD 투어링 등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한다. 판매가격은 2WD EX-L 3,850만 원, 4WD 투어링 4,540만 원이며 시승차는 최상위 등급인 4WD 투어링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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