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현대차 제공.
제네시스 G80.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기자동차 ‘eG80’이 최근 독일에서 시험 주행을 하다 포착됐다. eG80은 올해 3월 국내 출시한 준대형 세단 G80의 전기차 모델이다. 실제 출시는 내년이다. 수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eG80지만 시장에선 그보다 주행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eG80은 한번 완충시 주행거리가 5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내 전기차 모델들의 주행거리는 300~400km다. 서울에서 부산(약 400km)을 가려면 중간에 한번은 충전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eg80은 출발하기 전, 충전소를 위치를 고민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현재 한번 완충으로 5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전기차는 테슬라의 일부 고급 모델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배터리 업계에서 '500km'가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크다. 업계에서는 일단 500km를 출퇴근 등 일상생활용으로 전기차를 활용하기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내년 안정적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제네시스 eG80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기차 업계에서 배터리 효율을 측정할 때 쓰는 'Core Efficiency of EV cars'도 500km를 기준으로 한다. 2t 자동차가 500km의 항속거리를 가지기 위한 배터리의 크기를 뜻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700~800km 이상도 갈 수 있는 배터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다만 배터리의 무게, 충전시간, 가격 등을 감안했을 때 500km 수준이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은 단 한 번 충전만으로 1026km를 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저속으로 주행 트랙을 달려서 달성한 기록이긴 하다.
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는다. 왼쪽부터 아이오닉6·7·5 이미지.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는다. 왼쪽부터 아이오닉6·7·5 이미지. 현대차 제공.
배터리의 항속거리는 전기차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소비자들은 전기차 배터리도 휴대폰처럼 2~3년 쓰다보면 수명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고민한다. 전기차 가격의 40%가 배터리인데 2년 후에 교체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차 값이 4000만원이면 배터리 값만 1600만원이다.

500km 전기차가 출시되면 배터리의 수명도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충방전 횟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급속 충전을 하면 할 수록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데 최근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됐다"며 "자동차업체와 함께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배터리 사후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년초 전기차 순수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도 내놓는다. 기존 전기차들은 내연 기관 자동차의 엔진을 들어내고 배터리를 탑재한 형태였지만, 아이오닉5는 설계 단계부터 전기차를 콘셉트으로 제작된다. 이 모델이 출시되면 휠 베이스가 낮아지고 쓸 데 없는 부품을 줄일 수 있어 내부 공간을 더욱 활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전기차 시장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하이브리드, 독일은 디젤에 집중하다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할 타이밍을 놓쳤다"며 "내년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기차가 출시되면 미국과 한국이 자동차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GMP의 1차 공급사로는 SK이노베이션, 2차 공급사로는 LG화학이 선정돼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