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폴스크바겐과 아우디의 중고차를 사들인 고객들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상훈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차주 12명이 폴크스바겐·아우디와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소송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에 대해 소비자들이 제조사와 수입사의 민사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됐다.

디젤 게이트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사건이다. 폴크스바겐은 당시 환경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주행 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했다. 실제 주행할 때는 연비 절감을 위해 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질소산화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도록 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젤 차량들은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환경부 인증시험 등을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수천명의 국내 소비자들은 2015년부터 제조사와 수입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왔다.

비슷한 소송에서 대체로 법원은 소비자들이 차량 브랜드로부터 오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해 왔다. 일부 재산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케이스도 있다. 인정된 배상액은 소비자 1명당 1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재판부는 제조사와 수입사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을 낸 김씨 등이 신차가 아닌 중고차를 사들이거나 리스한 고객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통상 신차 소비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작사나 판매사의 광고·브로슈어 등을 중요한 자료로 참고하지만, 중고차 소비자들은 사고 여부·연식·주행거리·디자인 등을 중요한 자료로 삼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중고차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도 신차보다 떨어지게 마련인데, 소비자들이 매수 과정에서 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친환경성을 내세운)폴크스바겐그룹의 광고가 중고차 소비자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자동차 제작사가 중고차 매수인에게까지 과장 광고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책임 범위가 합리적 근거 없이 확대돼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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