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중형 세단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중형 세단 쏘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개별소비세 인하폭이 축소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 기업들을 받쳐주던 내수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3일 국내 완성차 5사가 발표한 전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7월 5사의 내수 판매량은 전월 18만9783대에 비해 21.39% 감소한 14만9196대에 그쳤다. 브랜드별로는 르노삼성이 1만3668대에서 6301대로 가장 큰 53.9% 급감했고, 쌍용차 31.2%, 한국GM 25.3%, 기아차 21.6%, 제네시스 16.5%, 현대차 7.5% 등 모든 브랜드의 내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지난 상반기 동안 내수 판매량은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감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내수시장 위축이 본격화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속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증가한 93만464대를 기록했다. 국내 5사로 한정하면 80만89대로 6.0% 성장률을 보였다. 쌍용차를 제외한 4개 업체 모두 판매량이 증가했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는 0.1%, 기아차는 14.6%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와 GV80 출시 효과에 판매량이 52%나 증가했다. 르노삼성도 효자 차종 QM6와 신차 XM3 효과에 51.3% 성장했고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고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수입 모델 인기에 판매량이 15.4% 늘었다. 쌍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7.0%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공급이 끊기며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전주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공급이 끊기며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전주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탄탄한 내수 시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게 코로나19의 폭우를 피할 쉼터가 되어줬다. 해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현지 판매와 수출 모두 급감하며 태반이 경영위기에 내몰렸다. 쌍용차의 모회사 마힌드라는 지난 4월 인도 시장 판매량이 0대를 기록하기도 했고 포드, GM 등 굵직한 자동차 회사들도 임직원 급여를 삭감하고 은행에 손을 벌렸다.

르노,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감원에 나섰다. 특히 르노 그룹의 경우 대출을 무기로 삼은 프랑스 정부의 압박에도 1만5000명 규모 감원을 확정한데 이어 파산을 피하기 위해 일본 닛산 지분 매각마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상반기 완성차 5사 수출은 223만3709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줄었다. △현대차 30.8% △기아차 20.4% △한국GM 36.1% △르노삼성 74.8% △쌍용차 40.2% 등 모든 업체 수출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굳건했던 내수 시장 덕분에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같은 위기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내수 시장이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3월부터 6월까지 5.0%였던 개별소비세를 1.5%로 인하한 정부 조치가 꼽힌다. 70%의 인하폭은 국내 자동차 소비를 늘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개소세 인하 연장 조치와 취득세 감면을 요청했지만, 개소세 인하 연장에 법 개정이 필요한 탓에 이뤄지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원 구성 등을 감안하면 법안 개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7월부터 개소세 인하폭이 30%로 축소됐다. 내수 시장 위축도 불가피해졌다. 당초 하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소비 위축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기에 내수 시장이 다소 위축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형으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며 즉각적인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외국 기업들과 같은 경영위기 상황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가 지난 1일부로 폐업했다. 사진=뉴스1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가 지난 1일부로 폐업했다. 사진=뉴스1
완성차 업계보다 체력이 약한 부품업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사되고 있다. 2차 부품업체인 명보산업은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기업 한국게이츠도 지난 1일부로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사업 효율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가 한국 공장 철수였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게이츠는 경영위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나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2·3차 부품업체들이 즐비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출 감소로 생산물량이 줄어 위기에 내몰렸고, 이 때문에 은행 대출이 막힌 곳이 많다"면서 "내수까지 주저앉는다면 연명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점쳤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소세 인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개소세 70% 감면 혜택을 연말까지 주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7월 이후 차량을 인도해 개소세 30% 인하 혜택을 받은 소비자들에게도 70% 인하를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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