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이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이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10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 규모의 판매량이 증발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규모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은 2023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약 8700만대 규모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판매량이 약 30% 감소했다. 대수로는 1200만대 규모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진 않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중남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동, 러시아, 아세안 등 신흥 시장의 판매량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소장은 "미국, 중국, 유럽의 3대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신흥 시장 판매량도 쪼그라들며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20%대 감소폭을 보이며 700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량은 1800만대 가량이었다.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가 통째로 증발하는 셈이다. 코로나19가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인다면 전망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6800만대 규모이던 세계 자동차 시장이 2년에 걸쳐 6000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번엔 한 해에 2000만대 가까이 줄며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기술적 반등이 발생하겠지만, 이후로는 2% 내외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규모를 회복하는 것은 잘해야 2023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회복이 더딘 이유로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위기 △코로나19의 세계적 전파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시 피해 △자동차 산업의 전환기 등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수요만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공장이 멈추고 이 여파로 근로자 소득이 줄었다. 자연히 소비자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경기도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일부 선진국 금융권으로 피해가 한정됐지만, 코로나19는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요소다. 또한, 금융위기 당시 피해가 없었던 신흥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다소 늘어나며 시장 충격을 완화해줬지만, 현재는 선진국과 신흥국 구분할 것 없이 소비가 모두 줄었다.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과 전기차 중심으로 변모하는 전환기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 차량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동화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판매가 줄어든 탓에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기존 설비와 기술로 생산할 수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미래차 시장 창출은 늦어지는 것이다.

국내 시장 전망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는 34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79만5000대에 그치며 지난 4년간 유지해온 연 180만대 규모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는 추가적인 시장 감소가 예상된다.

이 소장은 "올해 내수 시장은 -5%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은 400만대를 생산해 200만대 이상을 수출하는 구조였다. 내수 감소는 물론 수출도 30~40%대 감소세가 유지돼 국내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내 업계에서) 공장을 세우는 곳도 있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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