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기가 모두 침체된 상황에서도 한국 완성차 업계에 위기 회복의 신호는 감지되고 있다.

2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실적에 따르면 그간 급감했던 해외 판매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은 지난 4월 9만6651대에서 5월 14만6700대로 51.8%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해외 판매도 8만9901대에서 10만9732대로 22.1%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적이지만, 약 2만대 규모 반등에는 성공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반등은 해외 현지 공장 재가동에 따른 효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되며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가동도 차츰 마비 상태로 빠졌다. 지난 2월 중국 공장 가동이 멈춘 바 있고 3월 들어서는 북미와 남미, 유럽 등지에서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공장이 멈춰서자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생산은 전년 대비 73% 줄어들며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인도·브라질 공장에서 생산된 차는 한 대도 없었고 미국, 터키, 러시아, 멕시코 등의 공장 생산량도 1만대를 밑돌았다.

일찌감치 가동을 재개한 중국 공장 외 각국 현지 공장들은 전 직원 마스크 착용과 체온 검사, 소독액 비치 등 현지 방역 당국의 기준에 맞춰 감염병 예방 조치를 취하며 4월 중순께 하나 둘 재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6일 기아차 멕시코 공장까지 재가동을 시작하며 현대·기아차의 모든 해외 공장에 불이 들어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자동차 시장을 두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준비가 발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다만 중견 3사의 수출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3사 가운데 수출이 가장 많은 한국GM은 전월 대비 14.8% 감소한 1만8785대에 그쳤고 르노삼성은 34.5% 줄어든 1358대를 기록했다. 쌍용차 역시 10.7% 감소한 711대에 머물렀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들 업체는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이송하는 만큼 시차가 반영된 탓으로 풀이된다.

해외 생산·판매가 끊긴 사이 완성차 업체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내수 시장 규모는 전달과 같은 수준이 유지됐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 내수 판매는 14만6130대를 기록, 4월 14만5141대에 비해 0.68% 증가한 수준이었다.

다만 내수 시장을 향한 현대·기아차의 공세가 중견3사에게 압박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인기 차량 생산을 늘려 수익성 증대를 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 완성차 5사 내수 실적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0%대가 유지됐다. 2월 83.2%를 기록했고 3월 81.6%, 4월 83.6%로 나타났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량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량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 4월과 비교해 0.3% 줄어든 7만810대에 그쳤지만 기아차는 1.6% 증가한 5만1181대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4.0% 줄어든 1만571대를 팔았고 쌍용차는 25.9% 증가한 7575대를 판매했으며 한국GM은 10.6% 감소한 5993대를 달성했다. 현대차 판매량은 줄었지만 기아차 판매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며 5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3.5%로 집계됐다.

내수 시장은 내달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이후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현재 7월부터 승용차 개별소비세(5%) 인하 혜택을 현행 70% 인하(1.5%)에서 30% 인하(3.5%)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산차 개소세가 오르게 된다.

가령 3000만원대 차량을 구매할 경우 6월 내 인도받으면 개소세를 43만원만 내면 되지만, 7월부터는 100만원 가량으로 늘어난다. 현재와 같이 143만원의 세금 절감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 가격이 6700만원을 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7월부터 내수 시장 충격이 예상되지만, 개소세 30% 인하가 연말까지 지속되기에 큰 충격은 아닐 것"이라며 "해외 각국에서 경제 정상화에 나서고 있어 이후부터는 수출에 회복세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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