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인피니티 브랜드로 수입차 시장 공략, 전성기는 2017년

한국닛산이 사업 철수를 확정짓고 올해 연말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닛산 본사의 세계적인 경영 악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및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잃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라는 점을 떠나 내구성이나 기술 측면에서 닛산을 추억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한국닛산의 16년간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한국 지사 설립, 인피니티 판매 돌입
한국닛산은 2004년 3월 국내 출범했다. 때마침 수입차 시장은 렉서스, 혼다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일본차 흐름이 본격화 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봤을 때 닛산의 성공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한국닛산의 본격적인 판매는 설립 이듬해 7월 시작했다. 수입사는 가격대 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회사 수장은 미국계 케네스 엔버그가 맡았다.

인피니티의 초기 영업망은 서울 강남, 서초, 부산에 마련했다. 시판 제품은 G35, M45, Q45의 세단과 FX의 SUV다. 판매 기간이 짧았던 출시 첫 해엔 531대를 등록했다. 2006년엔 그렉 필립스 사장을 선임했고 연간 등록대수는 1,712대를 기록했다. 2007년엔 3,004대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은 5.63%로 역대 가장 높았다.

한국닛산 16년 발자취, 짧지만 강렬했다

▲닛산 브랜드, 무라노·로그 선봬
2008년, 한국닛산은 닛산 브랜드와 함께 북미전략형 SUV인 무라노와 로그를 국내에 선보였다. 영업망은 서울 논현, 서초, 경기 성남, 부산 해운대 4곳을 열었다. 닛산은 11~12월 두 달간 196대를 등록했다. 인피니티는 연간 3,230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엔 닛산의 승용 제품군을 보강했다. 중형 세단 알티마를 출시했으며 스포츠카 370Z와 '고질라'로 통했던 플래그십 스포츠카 GT-R도 선보였다. GT-R은 수요가 극히 적은데다 1억4,900만원의 가격표를 붙였음에도 그해 27대를 판매해 매출 향상에 한 몫 했다. 인피니티는 G35의 부분변경인 G37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국닛산은 2010년 켄지 나이토 사장을 내정했다. 그렉 필립스 전임 사장은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인사를 통해 르노삼성자동차 영업본부 부사장으로 옮겼다. 같은 해 회사는 6,642대(닛산 3,524대, 인피니티 3,118대)를 등록했다. 실적은 닛산 알티마 3.5(1,755대), 인피니티 M37(1,283대), G37 세단(1,275대)이 견인했다. 제품 의존도가 고루 분포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원조 박스카 큐브 인기몰이, 판매망 대거 확충
이듬해엔 5,954대(닛산 3,802대, 인피니티 2,152대)를 등록해 실적이 좋았다. 신차는 박스카의 원조로 꼽히는 닛산 큐브를 출시해 소비자 주목을 끌었다. 2012년 닛산 알티마, 2013년 닛산 쥬크 등으로 신차 소개를 지속했다. 이 해에 켄지 나이토 사장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이 취임했다.

2014년엔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을 이끈 닛산 리프와 수입사의 첫 디젤 SUV인 캐시카이를 출시했다. 캐시카이는 유럽형 컴팩트 SUV로 2015년 2,236대가 출고되면서 알티마와 함께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 닛산은 수요 확대에 따른 판매·서비스망도 대거 늘렸다. 2015년에만 서울 송파, 용산, 경기 수원, 안양, 강원 원주, 전북 전주 영업망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인피니티는 주력 세단 G37의 후속 제품인 Q50을 선보였다.

한국닛산 16년 발자취, 짧지만 강렬했다

한국닛산 16년 발자취, 짧지만 강렬했다

▲배출가스 임의 조작 등에도 판매 전성기
2016년 환경부가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임의 설정을 적발하면서 판매 정지 및 리콜, 인증 취소,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Q50 디젤도 배출가스 인증 서류 오류가 불거졌다. 디젤로 제품군을 넓히려 했던 회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그러나 인피니티 Q30을 출시하고 연간 8,934대(닛산 5,733대, 인피니티 3,201대)를 등록해 흔들림은 없었다. 연말엔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이 사임했다.

한국닛산 16년 발자취, 짧지만 강렬했다

2017년 한국닛산은 전성기를 누린다. 내부 승진을 통해 회사 첫 한국인 사장인 허성중 사장을 임명했다. 또 가장 많은 연간 등록대수 8,982대(닛산 6,285대, 인피니티 2,697대)를 기록했다. 디젤을 피하고 가격대 가치를 강조한 알티마 2.5가 실적의 절반 수준인 4,549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 컸다. 2018년엔 7,183대(닛산 5,053대, 인피니티 2,130대)를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영업망은 닛산 전시장 24곳, 서비스센터 19곳, 인피니티 전시장 9곳, 서비스센터 13곳까지 확보했다.

▲불매운동으로 철수설 불거져, 2020년 철수 공식화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한국닛산은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한국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경쟁력 있는 신차의 부재로 인한 주목도 저하도 영향을 미쳤다. 연간 판매대수는 5,049대(닛산 3,049대, 인피니티 2,000대)로 전년보다 29.7% 떨어졌다. 6곳의 전시장이 문을 닫고 딜러권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자 철수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해 1~4월 등록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57.6% 줄어든 972대(닛산 813대, 인피니티 159대)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닛산은 지난 28일 사업 철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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