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준중형 SUV 3008 GT.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푸조 준중형 SUV 3008 GT.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여느 완성차 브랜드마다 든든한 판매량을 책임지는 간판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벤츠의 경우 E클래스, BMW의 경우 5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 푸조에게는 3008이 그런 모델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높은 실용성을 겸비해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푸조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008은 푸조의 국내 판매량 절반 가량을 맡고 있다. 연식에 따라 파워트레인, 트림 등에 차이는 있어왔지만, 2018년 푸조 판매량의 44.37%, 2019년은 43.16%가 3008이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판매된 푸조 차량 가운데 36.42%가 3008 모델이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5000대 판매도 넘어섰다.

최근 푸조 3008 GT 모델을 시승했다. 2.0L 블루HDI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전장·전폭·전고는 4450·1840·1625mm이며 축간거리는 2675mm를 갖췄다. 국산 차량으로는 스포티지나 투싼과 비슷한 크기다. 여유로운 뒷좌석은 물론, 기본 520L의 트렁크 공간도 확보했다.

3008은 2017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모델이다. 외관은 상당한 볼륨감을 주면서도 치켜올라간 눈매가 날렵한 인상을 만들어 줬다. 전면부에 배치된 푸조의 사자 엠블럼과 격자 무늬 크롬 패턴은 3008의 볼륨감이 뚱뚱함이 아닌 탄탄함으로 느껴지게 해준다.
푸조 준중형 SUV 3008 GT 실내 모습. 사진=한불모터스
푸조 준중형 SUV 3008 GT 실내 모습. 사진=한불모터스
실내는 알칸타라와 가죽, 스티치를 적용해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위 아래가 D컷으로 잘려나간 스티어링 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반 차량들에 비해 다소 크기가 작은 스티어링 휠을 적용한 덕에 민첩한 조향이 가능해졌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 받아 만든 푸조 i-콕핏은 완성도 높은 디지털 계기판의 정석을 보여준다.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에야 디지털 계기판을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푸조 2008에 적용된 i-콕핏은 이미 시행착오와 보완을 거친 2세대 시스템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없어도 전방 주시에 문제가 없도록 운전자 시선과 동일 선상에 배치됐다. 날렵한 계기판과 감각적인 센터페시아 버튼 배열은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자 3008은 정숙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드러냈다. 40.8kg.m의 최대 토크는 주행 내내 옆 차들을 앞지르는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줬다. 180마력에 달하는 출력도 통상적인 주행구간에서는 독일 브랜드와 비교해도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천연 타공 가죽 소재 스티어링 휠은 주행 내내 특유의 촉감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감을 더해줬다.

일반적으로 디젤 차량의 경우 정차 중에 진동이 발생하지만 푸조 3008은 이를 극한까지 억제하고 있었다. 약간 둔한 성격이라면 디젤 SUV가 왜 흔들리지 않나 싶을 정도다. 정숙한 실내에 더해진 프랑스 포칼의 오디오 시스템은 실내를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바꿔놨다. 다만 케이팝 보다는 오케스트라 선율에 더 어울리는 음색을 갖췄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블랙 패널에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3D LED 리어램프가 장착된 3008 후면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블랙 패널에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3D LED 리어램프가 장착된 3008 후면부.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운전 환경도 매우 쾌적하다. 3008은 전방추돌방지, 차선이탈방지,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 주의 알람 등의 첨단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이 탑재됐다. 앞 차량과의 거리를 인식해 계기판에 경고 문구를 띄우고,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동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면 차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스티어링 휠에 강하게 개입한다. 덕분에 운전자는 긴장을 다소 풀고 운전에 임할 수 있다.

동급 차량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마사지 기능도 3008의 장점이다. 특히 고양이가 앞발을 모아 꾹꾹 눌러주는 '꾹꾹이'를 모방한 모드도 있어 장시간 운전을 하더라도 피로가 덜 쌓인다. 다소 탄탄하면서도 자세를 잘 잡아주는 고밀도 폼 시트도 쾌적한 환경에 한 몫을 한다.

디젤 차량이지만 환경오염 걱정이 없다는 것도 푸조 3008의 매력이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디젤게이트로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구설에 올랐다.

푸조가 속한 PSA 그룹의 경우 모든 차량이 디젤게이트 이후 강화된 배출가스 인증 방식인 WLTP 기준에 충족했다. 디젤게이트 초기 PSA그룹도 프랑스·독일 정부의 의심을 받았지만, 아무런 개선을 거치지 않은 기존 차량으로 새로운 인증 기준을 통과하면서 '클린 디젤' 기술을 입증했다.

푸조 3008 GT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가격이다. 준중형 SUV임에도 가격은 5140만원으로 국산 준대형 차량에 맞먹는다. BMW X2, 폭스바겐 티구안 등 동급 수입 차량들과 비교해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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