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출시가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용 하이브리드 엔진이 정부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을 당분간 해외에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나오는 부분 변경 모델은 디젤 라인업을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앞서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사전계약 도중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 2월 당시 이 차량이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1000~1600㏄ 엔진을 장착한 친환경차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연비가 L당 15.8㎞를 넘어야 하는데 쏘렌토 하이브리드(연비 15.3㎞·엔진 1598㏄)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기아차는 당시 “관련 법을 철저하게 점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가격이 최대 233만원 오른다. 기아차는 사전계약 고객(약 1만3000명)에 한해 차를 판매하기로 하고,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 크기를 조금 키우는 등의 방식으로 일부를 손봐서 정식으로 출시하는 안이 검토됐지만, 현대·기아차의 최고경영진이 ‘꼼수를 쓰지 말고 잘못을 정정당당하게 인정하자’며 이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쏘렌토와 같은 엔진을 쓰는 싼타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엔진을 부분 개조해 정부의 인증을 받아 팔 수 있지만, 서둘러 엔진에 손을 댔다가 차량 안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엔진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내년께 싼타페와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금까지 중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부 공간이 넓으면서도 연비가 좋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