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분기 14조5669억원 영업이익 444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자동차가 1분기 14조5669억원 영업이익 444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자동차가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 환경이 악화되더라도 미래 투자는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는 2020년 1분기 매출액 14조5669억원 영업이익 4445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17.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2% 줄어들었다.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819억원, 266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70.2%, 59.0% 감소했다.

매출액은 우호적 환율 영향과 국내 신차 판매 호조, 미국에서 텔루라이드·셀토스 등 레저용 차량(RV) 판매 확대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환입으로 인해 일시적 영업이익 증가가 발생한 지난해보다는 25.2% 감소했다. 그나마도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분기 112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1분기 1193원으로 급등하면서 970억원 수준의 환율 효과가 발생한 것이 감소폭을 줄였다.

경상이익은 1분기 중 코로나19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해외법인 등 관계사 손익 악화로 지분법손익이 큰 폭으로 줄었고,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관련 손실 등이 더해지며 감소했다.

1분기 차량 판매는 64만8685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줄었다. 전년 대비 국내에서는 1.1% 증가했지만 해외에서 2.6% 감소한 탓이다. 해외 주요 권역별로는 △북미권역에서 전년 대비 8.9% 증가한 19만3052대 △유럽권역에서 10.1% 감소한 11만7369대 △중국에서 60.7% 감소한 3만2217대 △러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기타 시장에서 2.4% 감소한 19만4272대를 판매했고 △인도는 3만9677대를 기록했다.
기아차가 올해 초 공개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 S'. 사진=기아차
기아차가 올해 초 공개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 S'. 사진=기아차
차량 판매 감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생산 차질과 수요 감소가 반영됐다.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중국과 3월부터 급속하게 영향을 받은 유럽에서 판매 감소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기아차는 2분기부터 중국,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오는 27일부터 소하리 1·2 공장과 광주2공장 가동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10조원 규모 유동성도 확보했다. 기아차는 "당초 7조9000억원 수준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외부조달 등을 통해 3조원 넘는 금액을 추가 준비했다.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겠지만 순수 연구개발(R&D)이나 제품 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플랜S 등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시장 전략도 수정됐다. 기아차는 "4월 생산차질이 8만8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생산차질이 7만20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망 가동률과 물류 상황 등을 따져 현지 전략을 새로 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기아차는 올해 8월로 예정됐던 미국 내 쏘렌토 양산 시점을 9월로 연기하고 카니발은 내년 양산하기로 했다. 고수익 RV 차종 판매에 집중하면서 특별 할부 구매 프로그램 운영, 전방위적 딜러 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유럽에서는 온라인 채널 판촉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고, 인도 공장은 내달 3일로 락다운이 해소되면 생산과 판매 모두 차질없이 가동되도록 준비 중이다. 3분기 엔트리급 신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출시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요 절벽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언택트 마케팅 활동과 경쟁력 있는 신차 판매에 집중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