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해 광범위한 충격을 전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체는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 공급상의 문제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방침에 따르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대다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수요 급감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안팎의 해석이다.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택한 업체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중국을 넘어서며 큰 타격을 입은 유럽의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미국과 일본 업체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글로벌 업체를 망라한다. 글로벌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둔 지역은 유럽부터 남미, 아프리카까지 광범위해 해당 국가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실업난을 비롯한 가시적인 연쇄타격이 예상된다.

◇폴크스바겐·BMW·르노…유럽 주요 업체 줄줄이 공장 폐쇄
18일(현지시간) 씨넷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무기한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인 르노는 전국 12곳에 있는 모든 공장의 생산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생산 재개 시점도 '추후 공지할 때까지'라며 못 박지 않았다. 푸조, 시트로엥, DS, 오펠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PSA그룹은 19일까지 유럽 전역의 공장을 순차적으로 닫는다며 현시점에선 생산 재개 가능일을 27일로 예상했다.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은 17일 코로나19 사태로 스페인,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공장을 2~3주간 닫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최소 2주간 유럽 내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BMW는 이날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중단 결정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 합작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전날 이탈리아 내 FCA 및 마세라티 생산공장 6곳과 세르비아, 폴란드 공장의 조업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사실상 유럽 내 있는 자동차 생산공장은 전부 가동 중단에 들어간 셈이다.

◇북미 공장도 가동 중단…페라리·람보르기니 고급차도 '올스톱'
유럽 기업들에 뒤이어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공장은 주로 미주 지역에 몰려있다. 포드자동차는 19일 밤부터 오는 30일까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있는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너럴 모터스(GM)도 오는 30일부터 모든 북미 공장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향후 재가동과 관련해선 주간 단위로 상황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은 또 30일부터 브라질 내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시 휴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회사인 혼다 북미법인도 수요 감소가 예상돼 23일부터 엿새간 미국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닛산은 18일 미국의 코로나19 통제 노력을 돕기 위해 20일부터 내달 6일까지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도 포르투갈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프랑스 공장과 필리핀 공장도 닫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어서 페라리는 이탈리아 모데나와 마라넬로 공장 두 곳을 오는 27일까지 닫는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는 한발 앞서 지난 13일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네제 공장을 닫는다고 밝혔다. 포르셰도 18일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소 2주간 생산라인을 멈춘다고 밝혔다.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3일부터 2주간 영국 공장을 닫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경우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이미 2주간의 부활절 휴가가 예정돼 있던 터여서 사실상 한 달가량 문을 닫게 된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두카티도 지난 13일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으며 지난 16일에는 생산 중단 기한을 25일까지로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직원 감염에 부품 공급 차질·글로벌 수요급감까지
업체들은 이처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이유로 저마다 다른 이유를 언급했다. 다임러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고, 공장 근로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며 포드는 코로나19 퇴치를 돕고자 공장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혼다는 미국 공장을 닫는 6일 동안 방역을 위해 청소 작업을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해 공장을 세운 경우도 있다. 포드는 공장 중단 결정과 별개로 미시간주의 조립공장에서 근로자 가운데 1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돼 해당 공장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도 미국 앨러배마 공장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18일 가동을 중단했다.

테슬라는 공장이 있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앨러미다 카운티가 외부 활동을 제한하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는데 테슬라가 예외에 해당하는 '필수 사업장'으로 분류되지 않아 3주간 가동이 중단될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포르셰도 글로벌 공급망으로 정상적인 생산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수요 감소에 대비하는 한편 재정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NBC방송에 따르면 투자사인 RBC 캐피털 마켓은 코로나19가 소비자 수요에 파급효과를 미치며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최대 16%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수요 급감이 예상돼서다. RBC는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며 미국의 올해 판매량도 작년보다 20%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미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천650만~1천7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는 1천350만대로 예상치가 줄었다.

RBC는 "코로나19가 처음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에만 수요·공급의 문제를 가져다준 줄 알았으나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소비자 수요 감소의 우려로 커졌다"고 평했다.

이같이 수요 전망치가 축소 조정되면서 최근 미 증시에서 주요 자동차 업체의 주가는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 자동차업체 주가는 이달 들어 30~40%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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