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프리미엄 가치 내세운 대형 SUV
-넉넉한 3열 및 트렁크 공간 갖춰

-완성도 높인 주행감각 및 고속안정성

대형 SUV 전성시대다. SUV 인기에 더해 소득수준 증가는 큰 차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2018년말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출시 이후 국내 대형 SUV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수입차업체들도 속속 신차를 선보이는 중이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도 여기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새로운 대형 SUV 'XT6'를 출시한 것. 사실 캐딜락은 대형 SUV 만들기에 노하우가 있는 회사다. 22년간 세그먼트를 군림하던 에스컬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한 식구인 GM의 큰 차 만들기 기술을 그대로 넘겨받은 만큼 캐딜락 XT6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차와 비교되는 미국산 SUV에 대한 편견은 말끔히 지우기 어렵다. 과연 XT6는 국내 소비자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 XT6와 함께 수도권 곳곳을 누비며 이를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XT6는 커다란 덩치를 내세워 주변을 압도한다. 길이는 5,050㎜, 너비와 높이는 각 1,965㎜와 1,750㎜로 남부럽지 않은 체격을 갖췄다. 상당히 큰 몸집이지만 겉에서 볼 때 둔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이 날렵하고 세련된 덕분이다. 작은 크기의 헤드 램프를 비롯해 커다란 그릴은 별다른 기교없이 단정하게 다듬었다.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직선을 강조한 범퍼 디자인도 정제미를 잘 보여준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측면은 3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큼직한 유리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은 벨트라인과 도어손잡이로 인해 확실히 큰 차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감각적인 형상의 사이드 미러와 크롬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하단부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옆모습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차체가 워낙 커서 20인치 휠이 상대적으로 무난해 보일 정도다. 바퀴를 감싸는 휠하우스는 여유공간이 적고 플라스틱 몰딩을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마감했다. XT6는 거친 비포장길보단 잘 닦인 아스팔트에 어울리는 차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요소다.

후면은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 흐름을 계승했다. 신형 CT6에서 봤던 익숙한 형태의 테일 램프가 대표적이다. 세로 선을 강조하면서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한쪽에는 '400'이라는 낯선 숫자가 붙어 있다. 캐딜락의 새로운 제품분류법으로, 토크(400Nm)를 뜻하는데 일반인이 단번에 알기는 쉽지 않다. 트렁크는 깔끔하다. 입체적으로 굴곡을 주거나 화려한 곡선을 사용하지 않았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두툼한 금속라인은 시각적으로 비율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무난한 범퍼와 사각 배기구 등 전체적인 뒤태는 강한 첫인상을 심어주지 않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듯 정갈하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크고 두툼한 문짝을 열어 실내에 들어서면 광활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수평형 센터페시아 구조와 면적이 넓은 패널, 과감한 버튼 구성이 마음에 든다. 바늘과 디지털 조합 계기판은 시원스러운 크기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XT5와 비슷하다. 다른 캐딜락차들과 마찬가지로 터치 요소도 많은 편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층 개선했다. 반응이 빠르고 UI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사용이 편하다. 휴대폰 NFC 기능을 활용, 손쉽게 미러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편의품목으로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적용한 14개의 보스 스피커를 탑재했다. 에어 이오나이저를 통해 실내에 쾌적한 공기를 순환시키며 콘솔 암레스트 아래쪽에는 2세대 무선 충전패드를 뒀다.

실내는 XT6의 핵심 포인트다. 캐딜락은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컷 앤 소운' 공법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고급 소재로 꼼꼼하고 세심하게 마감했다는 뜻이다. 모든 시트에는 최고급 소재 중 하나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다. 천장에는 온통 알칸타라를 덮었고 패널 곳곳을 스티치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V자형 센터페시아와 도어 안쪽에는 천연가죽과 나무, 탄소섬유를 적절히 섞어 장식했다. 소재만 놓고 보면 유럽산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휠베이스는 2,863㎜에 이른다. 그 만큼 2열과 3열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2열은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 기능을 제공, 원하는 자세를 만들 수 있다. 반면 3열은 다소 답답하다. 머리 위 공간은 여유롭지만 무릎 공간이 좁다. 적재능력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장거리 이동 시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그나마 3열에 마련한 USB 단자와 송풍구, 컵홀더가 위안이 된다. 2열을 기울여 미끄러지게 하는 '피치&슬라이드 기능'은 3열로의 탑승을 쉽게 도와준다.

트렁크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시트를 전부 이용할 때도 제법 넓은 공간을 보여줬고 바닥에는 여분의 깊은 수납함을 마련해 넉넉한 활용이 가능하다. 버튼 하나로 시트를 접을 수 있으며, '풀 플랫' 방식으로 바닥면을 평평하게 만들어 '차박'도 가능하다. 참고로 기본 적재공간은 356ℓ이며, 3열 폴딩 시에는 1,220ℓ, 2열과 3열을 전부 접으면 최대 2,229ℓ까지 실을 수 있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성능
XT6는 6기통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m의 힘을 낸다. 시동 버튼을 누르니 차는 고요하게 기지개를 켠다. 초기 발진가속이 부드럽다. 가솔린차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스로틀 반응이 인상적이다. 커다란 덩치가 주는 부담감만 없다면 마치 안락한 준대형 세단을 모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차는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4500rpm 이상 치솟으며 강하게 달려 나간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치고 나가는 느낌이 짜릿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특성을 명확히 경험하는 순간이다. 터보를 쥐어짜며 속도를 올리는 다운사이징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로틀을 여는 순간부터 지연현상없이 빠른 가속이 가능하며 운전 스트레스는 저절로 줄어든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그러나 그에 걸맞게 하이드로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조금 더 민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에서의 반응은 다소 더디다. 전체적으로 기어비가 길고 변속과정에서의 반응도 빠르지 않다. 차분하게 다음 단수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항속기어는 7단부터 이어진다. 사실상 6단 안쪽에서 속도를 올리는 대부분의 과정이 이뤄진다. 그 만큼 스포츠 모드에서만큼은 전체적인 기어비를 앞으로 촘촘히 당겨 엔진 출력을 아낌없이 활용하면 더 좋았을 듯 하다.

동력계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앞 멀티링크 스트럿, 뒤 5-링크 타입인데 세팅이 훌륭하다. 도로의 굴곡을 최대한 거르면서 안정적인 자세와 차분한 승차감을 발휘한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지속적인 댐핑 컨트롤이 가능한 액티브 스포츠 섀시를 기반으로 노면에 즉각 반응한다. 코너링에서 차체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준 이유다. 에스컬레이드와 비교해도 한 수 위이며, 주행품격을 크게 끌어올린다.

브레이크 성능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초반 응답성이 더디고 답력도 일정치 않은 편이어서 즉각적인 대처에 한계가 있다. 고속에서는 단점이 아니지만 도심 속 정체구간이나 갑자기 제동해야 하는 상황에선 당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조정으로 페달의 응답성을 높이기보다는 디스크 크기나 브레이크 캘리퍼 피스톤을 키우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고속에서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올곧게 내달린다. 통통 튀거나 키가 높아서 바람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며 속도를 올릴 뿐이다. 고속주행안정성이 뛰어나 속도가 높아져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직선도로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XT6는 고속에서 매력을 드러낸다.

HD급 화질로 개선한 리어 카메라 미러는 화각이 넓어 한 번 눈에 익으면 자주 쓰게 된다. 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주변의 위험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경고 시스템 및 햅틱 시트, 자동 및 긴급제동장치 등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적외선카메라로 야간주행 시 시인성을 높인 나이트 비전도 캐딜락이 최초로 개발한 만큼 XT6에서 유용하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8.3㎞다. 정속주행 등의 특정 상황에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 연료효율을 높였지만 기대만큼 연비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 2.1t에 달하는 무게와 우람한 덩치, 네바퀴굴림 시스템, 대배기량 엔진 등 효율이 잘 나올 수 없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연료탱크 용량이 83ℓ나 돼 주유소를 자주 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총평
XT6는 캐딜락 브랜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차다. 그 만큼 전방위적으로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고 상품성이 좋아졌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소재를 가득 둘러 화려하게 꾸민 실내, 매끄럽게 구현되는 각종 최신 기술에 먼저 관심이 간다. 이후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속시원한 성능과 차를 다루면서 경험하는 탄탄한 주행감각에 매료된다.

크기만 내세우는 대형 SUV가 아니라는 뜻이다. 스타일을 챙기면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3열 SUV를 원한다면 캐딜락 XT6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차 특유의 넉넉한 공간과 아메리칸 럭셔리의 가치는 덤이다. XT6는 캐딜락의 개편한 트림 전략에 따른 최상위 등급인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판매하며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한 판매가격은 8,347만 원이다.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시승]큰 차 잘 만드는 캐딜락의 야심작, XT6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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