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부품부족으로 생산차질 빚어질까…글로벌 판매부진 우려
신차 출시도 차질…개소세 70% 인하 효과에 작은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 유럽 등지로 퍼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생산차질과 판매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부품 한 개가 없어서 공장을 세웠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산 부품 때문에 생산을 중단하거나 해외 공장이 확진자 한 명으로 인해 멈추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며 주요국 경기가 가라앉으면 자동차 업체들은 불과 몇달 전에 잡은 판매목표를 줄줄이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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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차 생산차질 이어져…중국산 부품부족에서 국내 직원 감염까지
자동차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직접 피해를 입고 있다.

처음엔 중국 내 완성차 공장가동 중단이나 중국산 부품 공급부족으로 인한 국내 생산차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국내공장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부족으로 공장 라인 가동 속도를 늦추다가 며칠씩은 아예 세워버렸다.

대기가 몇달씩 밀린 팰리세이드, GV80 등 인기차종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2공장도 지난달 7일과 10일, 21일 문을 닫았다.

중국 내 부품공장들이 조업을 재개하며 상황이 마무리되나 했는데 곧 국내에서 일이 터졌다.

한 부품업체가 코로나19 관련으로 가동을 중단하며 현대차 포터 생산도 하루 멈췄다.

이어 28일엔 현대차 울산 2공장이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여파로 멈췄다.

완성차 공장에선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 나란히 서서 일하기 때문에 전염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

또 와이어링 하니스 사례에서 봤듯이 수많은 부품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서로 영향을 받아 멈추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는 구조다.

◇ 유럽서 확진 증가…유럽산 부품 공급차질·해외공장 중단 우려
중국과 한국에 한정됐던 완성차 생산차질 우려는 이제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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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부품 업체도 해외 공장이 문을 닫거나, 유럽 등지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공급이 원활치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완성차업체들도 피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MTA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있는 공장이 폐쇄됐다.

중국 코로나 여파도 뒤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쌓아둔 재고가 소진돼가고 중국에서 다시 가져오는 데는 여러 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덴소와 후지쓰의 스페인 공장이 16일부터 자동차 오디오 부품 조립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중국산 부품 부족 때문이다.

이베스트증권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유럽산 전장 핵심부품 조달이 끊기면 와이어링 하니스 때 보다 파급이 훨씬 클 수 있다"며 "현대·기아차 유럽 공장이 코로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사 중에도 이탈리아 등 유럽에 공장이 있거나 유럽 매출이 많은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19 세계경제에 충격…국내외 판매감소 전망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기가 고꾸라지면 가뜩이나 감소세인 자동차 판매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중순까지 승용차 판매가 90% 이상 추락했다.

국내에도 확진자가 늘어나며 영업점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2일 발표될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에는 국내에서 잠시 부진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어디도 영향을 피할 곳이 없어 보인다.

유럽은 당장 5일부터 개최 예정이던 제네바 국제 모터쇼가 취소될 정도다.

미디어 행사가 열리기 불과 사흘전에 내려진 결정이다.

국내에서도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고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3∼4일 예정했던 XM3 출시 관련 미디어 행사를 취소했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도 쏘렌토, G80, 아반떼 신차 출시 행사를 두고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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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자동차 판매가 올해 9천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도 경쟁력 있는 신차가 줄줄이 나오는 '골든 사이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항구 위원은 "5년 이상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부품업계는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조금 개선돼서 2%대인데 올해는 마이너스인 경우가 수두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조치에 작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충격이 커지자 작년 말로 종료했던 개소세 인하를 다시 꺼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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