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와 생산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정상화 대책을 마련했다. 28일 정부는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경제활동 및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민생경제 안정과 경제활력 모멘텀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응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정부는 자동차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승용차 개소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로 개소세 인하 조치가 일몰된 뒤 두 달 만에 다시 인하가 이뤄진 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로 개소세 인하가 일몰되며 1월 국내 완성차 5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11만7464대 대비 15.2% 감소한 9만9602대에 그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한국GM은 지난해 1월 실적이 악화됐던 영향으로 0.9% 성장을 기록했다. 수입차 브랜드 1월 판매도 1만7640대로 3.1% 하락했다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현행 5%인 개소세율은 3월부터 6월까지 1.5%(100만원 한도)로 낮아진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로 약 47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생산 측면에서도 지원 정책이 동반된다. 정부는 지난 7일 부처합동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자동차 부품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부품의 국내 대체생산을 위해 자금지원·특별연장근로·부품 연구개발(R&D)를 지원하고 대체생산을 위한 시설투자 소요자금도 신속 지원한다. 생산감소 및 매출액 급감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경영안정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국내 생산 급증으로 5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면 특별연장근로를 신속하게 인가한다. 국내 대체생산을 위한 재개발이 필요하다면 1년 내외 단기 R&D도 지원한다. 인력이 부족한 부품 기업은 '자동차 퇴직인력 재취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퇴직인력 재교육과 재취업을 통해 원활한 생산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부품 개발수요에 따라 연구기관, 지역테크노파크(TP) 등 연구인력도 파견하기로 했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차량 구매도 급감했다. 생산과 판매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조치가 자동차산업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조기 종식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가자 자동차 업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생산라인과 부품 공급망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중단 사태를 겪었던 만큼, 국내 협력사 방역에 실패한다면 생산라인이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한 명 감염되면 전 사업장 정지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협력사의 부품 생산이 중단된 여파로 임시휴업을 단행했다. 소형 트럭 포터의 적재함 철판 부분을 공급하는 서진산업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하루 동안 공장이 폐쇄됐고, 부품이 없는 현대차 생산라인도 같이 하루 멈춘 것이다.국내 무수한 협력사와 업계 종사자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협력사의 1차 협력사는 350여곳에 불과하지만, 2·3차 협력사는 5000여곳에 달한다. 협력사 종사자만 50만명 규모이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수는 2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등도 일부 협력사를 현대차그룹과 공유한다. 가령 업계 종사자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업체 하나가 멈추게 되고, 이는 연쇄적인 생산 중단 사태를 야기한다. 직장 내 접촉자 감염이 이뤄졌다면 생산 중단도 장기화된다. 부품 공급이 끊겨 완성차 생산이 멈추면 해당 모델에 부품을 공급하는 다른 협력사들도 경영 위기에 처한다.◇ 중국 부품 사태, 예고편에 불과이달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중소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 자금 지원을 지시한 바 있다.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생산하던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겨 완성차 공장이 멈추자, 중소 부품 협력사 공장도 자금 흐름이 끊기며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납품대금 5870억원을 최대 2주 이상 조기에 지급하고 3080억원의 현금을 무이자로 지원해 협력사들의 자금을 융통해줬다. 다만 국내 완성차 제조사나 협력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장기간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현대차 노조는 "(현대차 근로자) 한 명이 감염되더라도 전 공장을 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며 "(이는)부품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사업장에 타격을 입히고 결국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해 국내 자동차 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395만대에 그치며 2009년 이후 10년만에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는 추가적인 생산량 감소를 우려해 사업장 내 외부인 출입을 차단한 채 건물 입구와 식당 등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 수준을 높이고 있다.◇ "생산과 판매 동시에 얼어붙고 있다"다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업계가 생산량과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다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이뤄진 조사이기에 향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너나할 것 없이 개점휴업 상태다.기업들도 향후 업황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산업의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내린 65였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제조업 업황 BSI는 65로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BSI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 자동차 업계가 느낄 체감 경기는 더 냉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생산 현장과 판매 일선이 동시에 얼어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 '코로나19 현황'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hankyung.com/coronavirus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이탈리아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이어 유럽 지역의 자동차 생산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탈리아 부품업체 MTA는 조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조만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등 주요 고객사들에 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MT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 공장이 멈춰선 영향으로 조만간 주요 고객인 FCA 자회사의 생산라인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만약 600여명의 직원들이 수일 내에 공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면 유럽에 있는 모든 FAC 공장은 물론이고 르노, BMW, 푸조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MTA는 이탈리아 보건당국의 요청으로 최근 이탈리아 북부 코도그노에 있는 공장 문을 닫았다.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코도그노에 있는 모든 공장은 폐쇄된 상태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전체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80명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12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에선 북부 지역의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서 여전히 집중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FT는 "이번 MTA의 성명은 독일 대형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지역 공장 폐쇄를 처음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의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조달 계약의 복잡성 때문에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완벽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MW 대변인은 "(MTA의 통보에도)현재 공급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며 "구매 전문가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