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DS에서 선보인 준중형 SUV 'DS 7 크로스백'.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PSA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DS에서 선보인 준중형 SUV 'DS 7 크로스백'.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곳곳에 프랑스 명품 감성을 품은 자동차.

국내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PSA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DS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DS 7 크로스백을 접한 소감이다.

푸조와 시트로엥으로 알려진 PSA그룹은 2014년 프리미엄 브랜드로 DS 오토모빌을 선보였다. 최근 PSA가 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합병을 발표함에 따라 DS는 세계 4위 자동차 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격상됐다.

DS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준중형 SUV 'DS 7 크로스백'을 최근 만나봤다. 전장·전폭·전고 4595·1895·1630mm인 DS 7 크로스백은 일반 브랜드 자동차에서는 신경쓰지 않았을 단순한 부품마저도 한껏 기교를 부린 다양한 장식으로 가득했다. '어느 한 곳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신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우선 다이아몬드 패턴의 그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인 자동차 그릴은 각기 패턴을 정한 뒤 동일한 두께로 찍어내지만, DS가 'DS 윙스'로 명명한 이 크롬 그릴은 패턴 부위마다 두께를 달리해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세심한 디테일은 계속 발견됐다. 차량 시동을 걸자 헤드램프에서는 LED 램프를 품은 3개 수정이 은은한 보랏빛을 내며 180도 회전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회전하는 장식대에 놓인 보석처럼 돌아가며 정렬된 후에야 일반적인 헤드램프처럼 빛이 들어왔다. 리어램프도 격자무늬로 붉은 빛을 내보내 일반 차량의 투박한 붉은 램프와 궤를 달리 했다.
곳곳의 마감에 공을 들인 DS 7 크로스백 내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곳곳의 마감에 공을 들인 DS 7 크로스백 내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운전석에서 바라본 DS 7 크로스백은 당혹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통상 운전대 오른쪽 부근에 있어야 할 시동 버튼이 없었던 탓이다. DS 7 크로스백 시동 버튼은 센터페시아 정중앙 위쪽에 장식물처럼 숨어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프랑스 시계 브랜드인 ‘B.R.M 크로노그래프’가 튀어나오며 으레 '고급차'에 달려있는 시계 디자인을 연출했다. 시동을 끄면 시계는 다시 버튼 안쪽으로 숨겨졌다.

차 문쪽에 있어야 할 사이드 미러 조절 버튼이나 창문 버튼 등도 DS 7 크로스백에서는 다른 위치로 옮겨졌다. 사이드 미러 조절 버튼은 운전대 왼쪽 뒤편에, 창문 버튼은 기어 노브 부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문 버튼에는 사선을 강조한 마감이 돼 있었다. DS 측은 이를 "인그레이빙 기법인 '끌루드파리 기요쉐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무늬가 세겨진 DS 7 크로스백의 나파 가죽 시트는 제법 훌륭한 착좌감을 선사했다. 일반적인 브랜드 자동차는 상급 모델, 상급 트림이더라도 곳곳에서 플라스틱 마감을 볼 수 있지만, DS 7 크로스백은 눈길을 두는 곳곳이 깔끔한 가죽이나 감각적인 패턴으로 마감된 탓에 고급스러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L 디젤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DS 7 크로스백은 시승 주행에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다. 반응속도에 민감한 운전자는 아쉬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행 모드에 따라 승차감이 크게 달라졌는데, 컴포트 모드에서는 완충장치가 민감하게 반응해 소위 '물침대' 승차감을 만들었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국산차 수준으로 완충장치가 조여졌다. 도로를 훑는 수준으로 단단해지진 않지만, 제법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섬세하게 조각된 기어노브 조작부, 격자무늬를 살린 리어 램프, 창문 등 조작부가 빠진 운전석 문, 14개 스피커가 탑재된 포칼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섬세하게 조각된 기어노브 조작부, 격자무늬를 살린 리어 램프, 창문 등 조작부가 빠진 운전석 문, 14개 스피커가 탑재된 포칼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연비는 PSA그룹답게 탁월했다. DS 7 크로스백의 공인 복합연비는 12.8km/l이지만, 시승 주행에서는 보다 높은 연비를 보여줬다. 도심 주행에서는 14~14.5km/l, 고속도로에서는 20~21km/l 수준을 유지했다. 한 자릿수 연비를 보려면 차량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차량 스스로 전방 사물이나 생물을 감지하고 경고해주는 'DS 나이트비전', 포칼 브랜드의 14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음향은 DS 7 크로스백의 '숨겨진 한 방'이었다. DS 나이트비전은 밤이나 비가 오는 때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알아차리는 데 매우 유용했다. 국내에서 '이건희 스피커'로 더 유명한 프랑스 명품 스피커 브랜드 포칼은 디젤 차량을 만족스러운 음악 감상실로 바꿔주기 충분한 음질을 자랑했다.

DS 7 크로스백은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도 갖췄다. 다만 푸조, 시트로엥 차량과 마찬가지로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첨단운전자보조(ADAS) 조작부가 운전대 왼쪽 뒤에 가려져있는 탓에 버튼을 보며 정확한 조작을 하기는 어려웠다. 차량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감으로 조작해야 해 아쉬움이 남았다.

DS 7 크로스백 가격은 쏘시크 5190만원, 그랜드시크 5690만원, 그랜드시크(나이트비전) 5890만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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