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연 최대 25만대 규모 공장 구축, 토요타 견제 가능
-현대차 베트남 합작법인, 토요타 턱밑까지 추격
-아세안자유무역협약으로 관세 회피 잇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향후 연 450만대에 이를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가져올 교두보를 마련한다. 현재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현대차의 공격적인 투자, 여기에 우리 정부의 신 남방정책으로 인한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빠른 시간 안에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8일 글로벌 자동차산업 포털 마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신차 시장은 115만대 규모로 2017년 대비 6.9% 성장했다. 28개 제조사 중 일본 업체 13곳이 포진했으며 일본차의 합산 점유율은 97.7%에 달할 정도로 인도네시아 신차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이중 35만2,161대를 판매한 토요타가 30.6%의 압도적인 점유율이며, 반면 현대차는 1,417대로 현재까지 단 0.1%에 불과하다.

아세안 시장서 일본차와 격돌, 현대차 경쟁력은?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과 공장 건립 및 운영비로 총 1조8,228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는 현지 생산 공장은 2021년말부터 연 15만대 규모로 가동 예정이며 최대 25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예정이다. 이 경우 토요타에 이어 인도네시아 내수 점유율 2위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생산 차종은 현지에 특화된 B세그먼트 SUV와 MPV 뿐 아니라 전략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스셀링카는 미쓰비시의 소형 MPV 익스팬더(Xpander)였으며 뒤를 이어 토요타 소형 SUV 아벤자(Avanza), MPV 칼야(Calya), 이노마(Innova) 등이 차지할 정도로 MPV와 SUV가 강세다.

아세안 시장서 일본차와 격돌, 현대차 경쟁력은?

일본차의 현지 점유율은 견고하지만 최근 정체기를 맡고 있는 부분은 현대차에게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토요타, 다이하츠, 혼다 등 점유율 상위 3사의 판매는 지난 5년간 큰 변동은 없지만 점유율은 하락 추세다. 특히 토요타의 지난해 점유율 30.6%는 2017년 34.5%에 비해 4%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며 판매대수 또한 전년 대비 5.16% 감소했다. 혼다의 경우 지난해 실적 16만2,170대는 2017년에 비해 약 13.2% 추락한 수치다.

특히 전기차 부문의 경우 일본차와 현대차가 동일 출발점에서 경쟁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법령 제정을 준비 중으로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비중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약 40% 감면하고 수입관세 역시 차종에 따라 5~40% 감면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집중해 왔던 일본차가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 있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은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전략에 따라 초기부터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아세안 시장서 일본차와 격돌, 현대차 경쟁력은?

아세안 시장서 일본차와 격돌, 현대차 경쟁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올해 초 자카르타에 열린 인도네시아 자동차 산업 전망 설명회에서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잠재소비시장으로 식품과 섬유, 전자, 석유화학과 함께 자동차는 인도네시아의 5대 중점 육성 대상 산업"이라며 "현지 정부는 일본차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국가로부터 투자유치를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산층의 2020년까지 1억5,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동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정부가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확대 제공할 예정에 있어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제조사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주변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며 완성차와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수출도 계획 중이다. 아세안 주요국의 자동차시장 지난 2017년 약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약 44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대차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인근 현대차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HTMV)과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함께 연 6만대 수준의 CKD 공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 하반기 10만대까지 증설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 신차 판매는 28만8,683대며 이 중 1위 토요타가 6만5,856대, 현대차가 6만3,526대로 턱밑까지 쫒아갔다. 기아차도 지난해 2만8,986대의 판매를 기록, 3위 마쓰다 3만2,728대에 이어 4위에 오를 정도로 인도네시아와 달리 일본차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토요타를 누르고 베트남 내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서 일본차와 격돌, 현대차 경쟁력은?

현대차는 우리 정부가 아세안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해온 '신 남방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아세안 핵심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양국의 신뢰 관계 구축과 교류 확대 분위기가 이번 투자 결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0월 양국 정상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적 타결을 공동 선언하고 철강과, 자동차부품(변속기, 선루프)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한편, 현재 아세안 국가들은 아세안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차 인도네시아에 공장에서 아세안 주요 국가로 수출할 경우 국가별 최소 5%에서 최대 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어 연간 450만대 신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 BMW, 내년 한국서 신형 5시리즈 세계 최초 공개
▶ 기아차, 스포티지 롱보디는 중국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