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9일 '더 뉴 그랜저'를 공식 출시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현대자동차가 19일 '더 뉴 그랜저'를 공식 출시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연말 성수기 신차 대전은 2파전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같은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와 기아차의 라이벌 전이 그것이다. 공격적인 디자인의 기아차와 더 젊어진 현대차가 정면으로 맞붙는 형국이다.

크리스마스가 낀 12월은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직장인들이 신차에 목돈을 푸는 시기다. 직장인 보너스와 인센티브 등 성과급이 쏟아지는 시즌이라서다. 연식이 바뀌는 그 해 마지막달이라 전년도 생산분 재고를 털기 위한 할인 폭도 커지는 것도 장점이다.
19일 오전 현대자동차 본사 로비에 공개된 '더 뉴 그랜저' 실물.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19일 오전 현대자동차 본사 로비에 공개된 '더 뉴 그랜저' 실물.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19일 현대차가 준대형 세단 '더 뉴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 vs 기아차' 경쟁 구도는 더 확연해졌다. 중후함을 강조했던 기존 그랜저 디자인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젊은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더 뉴 그랜저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 주간주행등(DRL) 등 차량 전면부를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으로 볼륨감을 더했고, 평상시 그릴의 일부이지만 점등하면 불이 들어오는 '히든 라이팅 램프'는 헤드램프와 그릴이 각각 구분되어 있던 기존 자동차 디자인에 혁신을 제시했다.

디자인이 젊어지자 사전계약도 빗발쳤다. 현대차에 따르면 더 뉴 그랜저 사전계약 기간 11일 동안 3만2179대가 계약됐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기아자동차의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기아자동차의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경쟁 모델은 기아차 K7 프리미어다. 그간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 1, 2위는 각각 그랜저와 K7이 차지해왔다. 2016년 10월 이후 만년 2위에 머물던 K7은 지난 6월 부분변경 모델 K7 프리미어를 선보이며 그랜저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K7 프리미어가 그랜저를 제친 것은 젊은 디자인 감각을 가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를 출시하며 "90년대 X세대로 불렸고 이제는 40대가 되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이들을 위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K7 프리미어의 주 공략층이 30대와 40대라고 밝힌 바 있다.

K7 프리미어는 7월 준대형 세단 최대 판매 모델에 올랐다. 7월 8173대, 8월 6961대, 9월 6176대, 10월 6518대로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월 5900대 규모인 생산설비는 출시 후부터 100% 가동 상태다. 기아차는 구매자의 60% 가까운 비중을 30대와 40대가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중장년을 위한 '아빠차'로 자리매김했던 그랜저가 더 뉴 그랜저를 통해 공략 연령대를 낮춤에 따라 태생부터 '오빠차'였던 K7 프리미어와의 정면 충돌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체급과 배기량에서 별 차이가 없는데다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둔 10월에도 K7 프리미어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두 차량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쏘나타 센슈어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대차 쏘나타 센슈어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중형 세단 시장에서도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가 정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쏘나타는 8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통해 과감한 디자인 변신을 취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길고 낮아지며 가족용 차 이미지를 버리고 젊고 역동적인 패스트백 디자인을 갖췄다. 덕분에 20~30대 고객 비중도 높아졌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쏘나타 센슈어스를 출시하며 주행 성능도 젊어졌다. 스포츠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젊은 층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기존 밋밋한 주행감은 완전히 벗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덕분에 월 1만대 수준 판매를 유지하며 중형 세단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달에도 1만688대가 팔리며 국내 완성차업계 베스트셀링카가 됐다.

쏘나타 흥행가도에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 기아차 K5다. 기아차는 머슬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과감한 디자인을 채택한 3세대 완전변경 K5를 12월 출시한다고 예고했다. 신형 K5는 '역동성의 진화'를 콘셉트로 삼아 신규 디자인 요소를 대거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아자동차가 공개한 3세대 K5 외형.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공개한 3세대 K5 외형.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차는 K5에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 경계를 허물면서 생체활력징후(바이탈사인)를 본딴 주간주행등(DRL)을 탑재했다. 얼핏 보면 호랑이 송곳니가 연상될 정도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50mm, 25mm 늘어났고 전고는 승용차 기준 한계에 가까운 1445mm로 낮췄다.

쏘나타와 엔진, 플랫폼을 공유하는 K5가 더욱 스포티한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기아차 대리점에는 K5 문의가 줄을 잇는 상황이다. 두 차량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디자인이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쏘나타와 비교해 신형 K5 디자인에 대한 시장 만족도가 더 높다는 의미다. 2010년 1세대 출시와 마찬가지로 쏘나타를 제키고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각각 중형·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대표적인 차량들이지만, 현대차는 다소 원숙한 디자인을 취하고 기아차는 공격적인 디자인을 취해 소비층을 양분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가 젊은 디자인을 추구하며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의 충돌이 빚어지게 됐다.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에 별 차이가 없기에 연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