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111억7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19.3%) 이후 4년 만에 연간 기준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앞서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16년 -10.9%, 2017년 -6.4%, 2018년 -6.9%로 3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자동차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건 팰리세이드 등 준대형 스포츠유틸리리티차량(SUV) 출시로 인한 미국 시장 SUV 판매가 증가해서다. 현대차는 10월 한 달에만 미국 시장에서 5만709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실적을 8.4% 높였다. SUV 판매 대수는 3만2140대로 10월 판매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도 1~9월 기준 전년 대비 0.2%포인트가량 상승한 7.7%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는 13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산 자동차 고율 관세 결정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 부과 여부를 지난 5월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6개월 연기했다. 이 시한이 11월 13일이다.

현재로선 한국이 적용에서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결정을 연기하기로 밝힌 포고문에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과 최근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상(FTA)를 발효한 한국의 경우 일단 미국의 표적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한미 FTA 개정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하게 불만을 제기해온 대미 무역흑자 역시 7% 가까이 감소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U와 일본, 그 외 다른 나라와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두고 고율 관세 부과 전 불확실성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수출물량 밀어내기'를 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측하기 쉽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하면 한국이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안심하긴 어렵다.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한 차례 더 유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