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뿅카 대표
김상훈 뿅카 대표
렌터카를 공짜로 빌려 탈 수 있다면 어떨까.

김상훈 대표(43·사진)가 차량공유(카셰어링) 업체 '뿅카'를 변신시킨 아이디어는 이처럼 이용자 시각에서 생각하면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통'을 창업한 인물. 창업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400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하던 배달통을 2014년 '요기요'에 매각했다. 그가 눈 여겨본 다음 아이템이 모빌리티였다. 공유 렌터카 플랫폼 '비마이카(BeMyCar)'와 인연이 닿아 뿅카 대표를 맡았다.

"처음엔 비마이카로부터 직원교육이나 멘토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와 보니 비마이카가 유휴 렌트카 공유 플랫폼 '뿅카'를 갖고 있는데 좋은 서비스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마이카 대표에게 뿅카를 키워보겠다고 하고 법인을 분리했죠."

김 대표는 단순 렌터카 공유 플랫폼이던 뿅카를 '광고 플랫폼'이란 아이디어를 붙여 새롭게 탄생시켰다. 경차 레이에 기업 광고를 입혀 렌터카를 움직이는 광고 플랫폼으로 만든 대신, 이 광고비로 고객들의 렌터카 대여 비용을 무료로 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배달 앱에서 모빌리티로 분야는 바뀌었지만 일상에서의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이란 공통점에 주목한 셈.

"소유에서 공유로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해 소비자들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목표예요. 항상 고객과 함께 갈 수 있는 사업 방향을 고민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뿅카에 대한 이용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4월15일 서비스를 시작한 뿅카는 6개월 만에 월간 이용자수 1만명을 돌파했다. 150대의 차량을 운영하는 뿅카는 주중에 80% 수준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고, 주말에는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렌터비가 공짜긴 하지만 커다랗게 광고가 부착된 차량에 대한 거부감은 없을까. 김 대표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고객들을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뿅카의 경쟁력을 확신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낮은 가격에 렌터카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군은 '무료'에 대한 만족감을 크게 느끼더군요. 싸게 이용하는 만큼 차에 붙어있는 광고에 대한 괴리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일례로 교통사고 등으로 자가용을 수리하느라 사용 못할 땐 자비로 렌트해야 하거든요. 이런 때 돈이 안 드는 뿅카를 찾는 분들도 있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뿅카 서비스 만족도가 높습니다."

고객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일일 보험료 정도다. 뿅카는 보험료도 이용후기를 올리거나 교통량이 많은 지역을 방문하면 보험료를 돌려주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서울 구의·강남·당산·마곡, 경기 죽전 등 5곳에 위치한 '뿅카존'에 방문해 차량을 인수하고 반납해야 한다.

김 대표는 뿅카의 사업모델이 소비자와 기업이 같이 만족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버스나 택시에 부착하는 광고보다 단가가 저렴하다. 뿅카의 광고 단가는 30만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광고를 집행한 기업은 4군데, 다음 분기에는 10여곳이 광고 집행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기준 단가는 따로 없어요. 아직은 광고 매체로서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가격을 낮춰 정했습니다. 광고 플랫폼으로서 뿅카의 경쟁자는 버스나 택시거든요. 택시보단 경쟁력 있고 버스보다는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광고 단가를 정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레이 한 대의 월 할부비도 안 되는 비용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셈이죠."

김 대표는 뿅카를 시작으로 집 앞(퍼스트 마일)부터 목적지(라스트 마일)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저희만으로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할 순 없어요.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양한 모빌리티 업체들과 제휴를 맺으려 합니다. 예컨대 도심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사용하고 좀 더 먼 거리는 뿅카를 이용해 이동하는 식의 '연결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